[횡설수설/박영균]‘구조조정 방지 連帶’

  • 입력 2009년 5월 27일 20시 06분


현대·기아자동차그룹 15개 계열사 노동조합 대표 20여 명은 어제 서울 서초구 양재동 그룹 본사 앞에서 ‘구조조정 방지를 위한 연대 투쟁 공동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일방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강고한 투쟁으로 대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종의 ‘구조조정 방지 연대(連帶)’ 결성이다. 이들은 대주주의 사회공헌 약속 이행과 대주주 특수관계인의 사재 헌납도 요구했다. 구조조정 반대 투쟁만 하면 이기적으로 보일까 봐 사회공헌을 내세우며 대주주 일가를 압박하는 전술 같다.

▷현대·기아차 계열사 노조가 연대 투쟁에 나선 것은 1994년 현대그룹 내 노조 연합인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합(현총련)이 해체된 이후 처음이다. 현총련은 개별 노조로는 힘이 약하다고 판단했는지 그룹 차원의 공동 임금 교섭을 추진했다. 당시 이인제 노동부 장관은 현대자동차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했고 임금 교섭은 사업장별로 마무리됐다. 이번에도 ‘구조조정 방지 연대’가 생겼지만 회사별로 구조조정 계획이 다르기 때문에 노사 협상은 결국 계열사별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 자동차시장에서는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자동차 수요 감소에 맞춰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회사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곳은 파산한다.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는 6월 1일로 예정된 구조조정 시한을 닷새 앞둔 어제까지 채권단과의 출자전환 협상에서 진전을 보지 못해 파산보호 신청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GM이 파산하면 대규모 구조조정과 일부 공장의 매각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구조조정을 거부하다가 더 큰 구조조정을 강요당하는 GM을 보며 배우는 바가 있어야 할 것이다.

▷미국 정부는 GM이 파산할 경우 막대한 공적자금을 넣고 전면적 구조조정을 단행해 경쟁력 있는 ‘뉴 GM’으로 부활시킬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강력한 뉴 GM과 생사를 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각오를 해야 한다. 미국 시장 점유율이 일시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에 취해 구조조정을 거부하고 임금인상을 요구할 처지가 아니다. 경쟁 회사들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쳐 경쟁력을 높이는 동안 노사문제에 발목을 잡혀 주저앉는다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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