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시선 쏠린 샤넬의 ‘공방 이야기’ 마케팅

  • 입력 2009년 5월 13일 02시 54분


장인정신 담긴 무성영화 상영
만질수있는 패션시사회 눈길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갤러리에서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이색적인 패션 행사가 열렸습니다. ‘2009 샤넬 파리-모스크바 공방 컬렉션 오픈도어’란 이름이었죠. 암호 같은 단어들이 가득한 초대장을 들고 행사장에 들어섰습니다.

갤러리 벽면에는 샤넬의 주요 모티브인 동백꽃 모양 브로치, 샤넬 마크가 박힌 단추 등을 찍은 사진들이 비디오아트처럼 전시돼 있었습니다. 샤넬은 이 행사를 통해 공방(아틀리에) 7곳을 홍보했습니다. 100년이 넘는 역사의 이들 공방은 꽃 장식, 진주 목걸이, 단추와 벨트, 샤넬의 유명한 투-톤 구두(두 가지 색의 구두) 등을 만들어 클래식한 ‘샤넬 스타일’을 완성합니다. 백발의 할아버지들이 깃털을 손으로 장식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물은 ‘장인 정신’을 절로 떠올리게 했죠. 샤넬은 단순 협력사였던 이곳들을 1997년부터 2006년까지 차례로 자회사로 인수했습니다.

갤러리 투어 후 붉은색 벨벳 커튼이 드리워진 내부 공간으로 안내됐습니다. 여기서는 1920년대풍 무성영화가 상영됐어요. 1923년 가브리엘 코코 샤넬이 러시아 귀족 연인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영감을 얻는 과정을 코믹하면서도 명료하게 담아냈더군요. 이 영화를 감독한 카를 라거펠트 샤넬 수석 디자이너는 ‘카메오’로 출연도 했습니다.

‘깜짝 이벤트’는 또 있었습니다. 영화가 끝나자 화면이 걷히면서 러시아 응접실처럼 꾸민 무대(사진)가 나타난 겁니다. 모델들이 걸치고 있던 옷과 장신구는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수놓은 러시아풍 ‘공방 컬렉션’이었어요. 마네킹처럼 서 있는 모델에게 다가가 옷을 살펴보니 기성복에선 느끼기 힘든 ‘옷의 힘’이 느껴졌습니다. 이날 행사는 패션 기자와 교수 등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시사회 성격이어서 행사 이름이 ‘오픈도어’란 설명입니다.

샤넬은 ‘공방 컬렉션’을 선보이는 거의 유일한 명품 브랜드입니다. 공방도 명품으로 포장하는 그들의 마케팅 능력,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를 러시아 목각인형처럼 한 올 한 올 벗겨내는 ‘스토리텔링’(이야기)이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의 옷’엔 훨씬 많은 이야기가 숨쉬고 있지 않을까요. 한국의 영웅과 궁중 여인들, 옛 재봉틀과 예쁜 골무, 동대문의 어느 할아버지 재봉사…. 국내 패션 회사들은 이런 이야깃거리들을 부지런히 찾아야겠습니다.

김선미 산업부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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