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연금법, 정부案대로 개정해선 안 된다

  • 입력 2008년 11월 6일 02시 58분


개혁 시늉만 낸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돼 국회로 넘어갔다. 공무원연금발전위원회가 결정한 원안 그대로다. 고통분담의 자세가 보이지 않고 적자폭이 갈수록 늘어나는 구조로 돼 있다. 이런 방안을 내놓으려고 연금발전위를 구성해 2년간 요란을 떨었나 싶다.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무원연금 개편 논의의 출발점인 적자구조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2003년 한 해 599억 원이던 적자액은 2008년엔 1조30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 같은 액수는 10년 뒤인 2018년엔 6조129억 원으로 늘어난다. 이를 메우는 데 들어갈 예산만 앞으로 10년간 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계된다. 국민부담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다.

연금수령액 지급률 낮추기도 10%에 그쳐 33%를 삭감한 국민연금과 비교할 때 고통분담 흉내만 낸 정도다. 공무원의 기여금(연금보험료)을 27% 늘리고 지급액은 최고 25% 줄인다고 모양새를 갖췄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덜 받는 것은 신규 공무원이 퇴직하는 2040년 이후에나 적용된다. 이런 개정안은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들이 연금발전위에 대거 참여할 때부터 예상됐던 것이다. 애초 이들에겐 개정 작업을 맡기지 말았어야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관련부처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고 공청회까지 열어 의견을 수렴한 결과 이견이 없어 정부안을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공무원연금 개편안이 미흡하다”는 여론을 외면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딴청을 부리는 이유는 자명하다. 조직화된 공무원사회의 반발을 사고 싶지 않은 것이다. 개혁 의지도 용기도 없다는 얘기다.

이로써 정부 주도의 공무원연금 개혁은 물 건너갔다. 이제 기댈 곳은 국회밖에 없다. 국회는 법안 심의과정에서 개정안의 문제점을 찾아내 적자구조를 해결할 수 있는 진짜 혁신안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묵살하거나 비켜간 일을 국회가 해낼 수 있을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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