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中企 ‘흑자 부도 공포’ 보고만 있을 건가

  • 입력 2008년 9월 19일 02시 55분


국내 금융 및 외환시장이 출렁거리는 가운데 중소기업들이 부도 위기에 몰렸다. 코스닥 업체인 태산엘시디가 그런 예다. 이 업체가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낸 것은 환(換)위험 헤지용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에 투자했다가 806억 원의 손실을 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납품해 온 우량기업으로 올해 상반기 매출 3441억 원, 영업이익 115억 원을 올렸지만 키코 손실 탓에 667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처럼 상반기 키코 손실이 자기자본의 30%를 넘는 기업이 코스피에 3곳, 코스닥에 8곳이나 된다.

키코란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기업이 미리 정한 환율에 달러를 은행에 파는 계약으로 기업으로선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달러를 훨씬 낮은 계약환율에 파는 조건이어서 기업이 손해를 본다. 키코 계약기업은 520곳에 이르는데 그중 240곳이 중소기업중앙회에 피해 신고를 했다. 수출 중소기업 132곳은 “은행들이 ‘환율 급등은 없을 것’이라며 계약을 권유했다”는 이유로 거래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낼 예정이다. 이들은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이면 손실이 총 1조 원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기업은 키코 손실이 드러나면 신용등급이 하락해 은행 자금줄이 끊기고 부도로 내몰린다. 중소기업들은 5월부터 ‘키코 부도 도미노’ 대책을 촉구해 왔으나 정부는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말 중소기업청은 “환 리스크 관리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해 업계로부터 “긴급 대책을 내놓아도 모자랄 판에 웬 교육이냐”는 비난만 들었다. 금융감독원도 실태 파악만 하는 데 그쳤다.

중소기업들은 연초 원자재 값 폭등과 내수 침체에 시달리다 최근엔 자금난까지 겹쳤다. 부도에 가까운 워크아웃 신청기업은 1분기 126곳에서 2분기 245곳으로 급증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17일 국회에서 “금융기관의 중소기업 대출 회수를 강력히 억제하겠다”고 했지만 관계 부처 협조 요청이나 모니터링 같은 두루뭉술한 대책만 열거했다. 정부는 기업들이 흑자 부도로 넘어진 후에야 회생대책을 내놓는다고 법석을 떨지 말고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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