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노총 정치파업도 ‘촛불 民意’인가

  • 입력 2008년 6월 6일 22시 54분


민주노총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저지 촛불시위에 편승해 이르면 16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태세다. 민노총은 10일 열릴 예정인 6·10 촛불집회에도 조합원 10만 명 이상을 동원할 계획이다. 촛불시위를 투쟁 동력으로 삼아 위세를 과시하고 곤경에 빠진 정부를 압박해 공공부문 개혁, 비정규직법 개정 등 주요 노동현안에서 주도권을 쥐려는 전술 같다. ‘쇠고기 수입 반대’와 ‘공기업 민영화 반대’를 동렬(同列)에 놓고 시민들에게 공기업 민영화까지 반대하도록 세뇌하려는 잔꾀가 통할까.

민노총은 조합원들을 상대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것이 아니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총파업의 이유가 되는지부터 설명했어야 옳다. 촛불시위의 곁불을 쬐는 처지에 총파업 위협으로 집단이기주의를 관철하려는 것은 비겁할 뿐 아니라 민의(民意) 왜곡이다. 민노총이 주도하는 공기업 개혁 반대에 동참하는 ‘시민 촛불’이 과연 얼마나 되는가.

민노총은 국가신인도(信認度)는 안중에도 없고 막무가내식 불법투쟁으로 노동계 내부로부터도 신뢰를 잃고 있다. 민노총은 이번 총파업과 별도로 6월 말∼7월 초에 대규모 하투(夏鬪)를 벌일 것이라고 공언한다. 촛불 민심에 얹혀 국가적인 개혁 과제를 무산시키려는 민노총의 전술에 정부와 국민이 휘둘린다면 한국 경제와 민생의 장래가 어둡다. 민노총의 행위는 소속 조합원들의 이익에도 배치된다. 쇠고기 문제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무산되고 심각한 통상 마찰로 자동차 같은 주력 제품의 대미(對美) 수출이 막히면 관련 대기업과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일자리마저 불안해진다.

우리 경제는 고물가, 경기 침체, 국제수지 악화라는 3중고(苦)에 시달리고 있다. 파업으로 경제가 더 망가지면 서민층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피해를 본다. 민노총 지도부도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쇠고기 수입 문제는 노동관계법상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민노총의 총파업은 명백한 불법이다. 정부는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파업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정부도, 국민도 선의(善意)의 민의와 불법 정치파업을 구별해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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