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디아 카마리]서울 온 지 반년, 역동성-전통미 원더풀

  • 입력 2008년 6월 4일 03시 01분


추운 겨울바람이 귓가를 시리게 할 무렵 나는 한국에 도착했다. 불과 50여 년 전에 전쟁으로 황폐했던 이 나라가 국민 개개인의 노력으로 불사조처럼 소생한 것을 보고 감탄했다. 서울에서의 삶은 분주하기 그지없다. 매일 엄청난 군중이 서두르며 활기차게 움직인다. 일과 여가생활, 유행에 심취해 있는 모습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서울에서는 도처의 현대식 건물을 벗어나 언제든 궁, 절 혹은 공원으로 살며시 스며들어가 자연과 함께할 수 있다. 도시의 현대적 풍경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전통 건축물은 보석상자처럼 여행자를 맞이한다.

풍요로운 이 도시에서 진열대에 놓인 다양한 물건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을 빼놓을 수 없겠다. 끝없이 펼쳐진 이 소비 공간에서 색다른 충격은 ‘아줌마’다. 곱슬곱슬한 머리에 남성적인 외양, 조그만 진열대 뒤에 당당히 자리를 잡고 한국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튀니지어도 아닌 언어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며 가격 협상을 제안하는 게 바로 그들이다. 손짓과 몸짓을 섞은 참 특이한 이 대화는 기적적으로 서로를 이해하도록 만든다.

이런 초현실주의적 대화를 몇 번 시도한 뒤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강렬한 열망에 사로잡혔다. 한국어를 읽고 쓰게 되자 서울이라는 도시를 낱낱이 파헤칠 수 있는 파워를 얻은 듯한 착각에 사로잡히게 했다. 다음 단계는, 물론 까다로울 수밖에 없지만 내가 배운 언어와는 뿌리가 같지 않은 방대한 양의 어휘를 습득하는 것이다. 여러 어려움에도 한국어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이 더해져 나는 긴급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몇몇 구절을 말할 줄 알게 됐다.

내 가슴속에 남은 다양한 한국의 이미지 중에는 한국 여성의 아기자기한 외모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아름다운 한복, 행인에게 모든 종류의 음식을 제공하는 작은 노점상들, 겨울에 하얀 눈으로 뒤덮인 고요한 아침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이미지는 남쪽 지방에서 차를 재배하는 장관이었다. 차 밭은 살아 숨쉬는 예술작품이었다. 그리고 절에서 불교신자들의 의례를 본 것도 기억에 남는다.

6개월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나는 서울의 이곳저곳을 쉬지 않고 걸어 다녔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한 많은 매력이 곳곳에 있을 것이다. 거대하면서도 살아 숨쉬는 도시 서울, 화려하면서도 봄 햇살을 머금은 이슬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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