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독선의 정치는 안 통한다

  • 입력 2007년 11월 11일 2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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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 더 열린 마음으로, 더 낮은 자세로 다시 시작하겠다. 계산하거나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소통의 정치’ ‘마음의 정치’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 전 대표에게 정권 창출과 이후 국정 운영을 위한 정치적 동반자가 돼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늦었지만 이 후보의 이런 자세는 바람직하다. 박 전 대표도 더는 외면하지 말고 이 후보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 그것이 순리요, 함께 사는 길이다.

한나라당 같은 큰 정당에서는 파벌도, 갈등도 있을 수 있다. 더욱이 이번에 처음으로 힘이 비슷한 두 세력끼리 막상막하의 경선을 치렀고, 근소한 차로 승패가 갈라졌기 때문에 후유증이 예상됐었다. 따라서 승자가 가장 신경 썼어야 할 일이 패자에 대한 배려를 통해 당내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는 것이었다. 경선이 끝난 다음 날 본란이 이 후보에게 “대통령 후보 빼고는 모든 것을 버린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후보 측은 박 전 대표 측을 진심으로 끌어안는 아량과 정치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특히 이 후보 측근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의 경선 승복을 ‘항복’으로 간주하고 “(선거에 협조하지 않는 사람들은) 좌시하지 않겠다”고 위협까지 했다. 이런 오만과 독선이 당의 분열상을 깊게 했고, 그 틈을 본 이회창 씨의 반칙 출마를 부추기고 말았다.

개인이건 집단이건 ‘나만 옳고,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독선과 오만은 파국을 부르기 십상이다. 노무현 정권, 그리고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변장한 구(舊)여권이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도 결국은 같은 이유 때문이다. 턱없는 독선에 빠져 국민을 무시한 ‘엉터리 개혁 장사’로 국정을 농단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민 80%를 위해 20%를 때리는 연극을 했지만, 80%의 민심을 짓밟으며 80%의 민생을 괴롭혔다. 그래서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국민이 곧이곧대로 듣지 않는 것이다.

혼자 잘났고 혼자 옳다며 10년 전 경선 불복으로 정당민주주의를 짓밟은 이인제 씨나 이번에 그 전철을 밟은 이회창 씨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이인제 씨에 대한 지금의 국민 지지율이 고작 2%대(본보 조사)에 불과하고, 이회창 씨가 출마를 선언하자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렸던 권철현 의원이 단식까지 하며 반대하겠는가. 이회창 씨는 대선 후보 두 번에 5년간 한나라당 총재를 지낸 ‘당 창업자’에 가깝지만 지금 그의 출마에 동조해 따라가는 한나라당 의원이 있는가.

진정으로 미래지향적 정치,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치를 하겠다는 대선 후보나 미래 지도자라면 독선과 오만의 유혹부터 이겨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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