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하종대]中지도부의 100년 비전

  • 입력 2007년 10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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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는 위대한 기치를 높이 들고 당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전면적인 샤오캉(小康·중등사회) 사회의 건설과 인민 전체가 행복한 생활을 하는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기 위해 전 인민이 하나가 되어 힘껏 분투하자!”

중국의 최고지도자 후진타오(胡錦濤)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15일 베이징(北京)의 인민대회당에서 정치보고를 마무리하며 2270명의 대표와 13억 중국인을 향해 소리 높여 외친 말이다.

다소 긴 듯한 이 말 속엔 앞으로 중국이 걸어가야 할 방향과 목표가 명확히 제시돼 있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는 1921년 중국 공산당이 창건된 이래 86년째 일관되게 걸어오는 길이다.

중국은 처음부터 노동자 중심의 유럽식 사회주의 혁명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오쩌둥(毛澤東)은 중국의 현실이 유럽과 다름을 갈파하고 노동자-농민 연대를 통한 사회주의 혁명에 성공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생산력이 낮은 상태에서 이상사회는 건설하기 어려움을 깨닫고 초급단계 사회주의 이론을 제시하며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받아들였다.

개혁개방 이후 새롭게 등장한 자본가 세력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한 끝에 장쩌민(江澤民)을 비롯한 3세대 지도부는 이들을 포용하는 ‘3개 대표론’을 제시했다.

개혁개방 29년, 중국의 양적 성장은 눈부시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올해 3조 달러를 넘어 세계 3위로 도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인당 GDP는 28년 새 42배나 늘었다.

하지만 세계 오염도시 상위 10곳 중 8곳이 중국 도시다. 하천 수계의 70%는 못 먹는 물이다. 연간 전기소비량은 2조8344억 kWh로 한국의 7배지만 GDP 규모는 3배 정도로 소비효율이 낮다. 지난해 GDP 1달러를 올리는 데 소모한 에너지는 일본의 8.5배로 비효율적이었다.

이런 식의 발전을 계속하다간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게 후 주석의 ‘과학 발전관’이다.

과학 발전관은 대선을 몇 달 앞두고 뚝딱뚝딱 만들어 내는 공약처럼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니다. 5년에 걸친 심사숙고와 담금질 끝에 나온 것이다. 후 주석이 이를 처음 제기한 것은 2003년 10월에 열린 ‘제16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16기 3중 전회)’에서다.

그는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완비하기 위한 의견’이라는 연설에서 ‘사람을 본위로 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이듬해 9월 열린 4중 전회에서는 ‘조화사회론’이 처음 등장했다. 지난해 열린 6중 전회에서는 이를 당의 지도이념으로 삼기로 했다.

‘과학 발전관’이 수단이라면 ‘조화사회’는 목표다. 덩샤오핑은 일찍이 중국의 생산력 발전 단계를 원바오(溫飽)→샤오캉→다퉁(大同)사회로 나눠 놓았다.

원바오는 배불리 먹을 수 있는 1인당 GDP 1000달러 수준을 말한다. 샤오캉은 1인당 GDP가 3000달러를 초과한 단계다. 다퉁사회는 모든 구성원이 함께 잘사는 GDP 4만 달러 수준의 선진국 사회를 말한다.

중국은 2003년 이미 원바오 단계를 지났다. 2020년엔 샤오캉사회가 실현된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진 지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엔 선진국에 진입한다. 중국은 현재 이런 원대한 목표 아래 일치단결해 전진하고 있다.

두 달 뒤면 우리는 미래 한국을 이끌 대통령을 뽑는다. 최고지도자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할 추진력을 갖춰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지도자의 최고 덕목이다.

누가 한국의 미래 5년, 나아가 100년의 비전을 제시하고 실현할 역량이 있는지 우리 모두 눈 똑바로 뜨고 봐야 할 때다.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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