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潘총장 한국인 챙긴다’ 터무니없는 험담

  • 입력 2007년 10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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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맨해튼의 유엔 본부에선 곳곳에서 인도식 억양의 영어를 들을 수 있다. 인도 출신 직원이 많기 때문이다.

인도 인구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기도 하지만 이들이 영어에 능숙하다는 점이 유엔 직원 채용에 중요한 이유가 된다. 파키스탄 출신 유엔 직원이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유엔은 인구와 유엔 분담금 규모 등을 고려해 국가별 유엔 사무국 적정 인원을 산출한다. 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등은 적정 인원에 비해 사무국 직원이 많은 대표적인 국가다.

최근 유엔 일각에선 반기문 사무총장이 취임한 이후 한국인을 ‘챙긴다’는 말이 나돈다. 반 총장 부임 이래 일반직을 포함해 유엔의 한국인 직원이 54명에서 66명으로 늘었고, 고위직과 사무총장 비서실에도 한국인이 몇 명 진출한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일부에선 사무총장 비서실의 한국인을 ‘정치국원’이라고 비꼬기도 한다.

하지만 그동안 국가 위상에 비해 현저히 적었던 한국인의 유엔 진출이 약간 늘어난 것을 꼬집어 유엔 일각에서 ‘한국인을 챙긴다’고 입방아를 찧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비정상적이던 것을 바로잡아 가는 과정을 문제 삼는 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엔 사무국 전체를 놓고 볼 때 한국인을 찾기란 아직도 쉽지 않다. 한국은 분담금 규모에서 전체 회원국 중 12위이지만 올해 6월 기준으로 전문직 직원은 31명에 불과하다. 한국보다 분담금 기여가 훨씬 적은 필리핀의 46명보다도 적다. 다만 유엔 예산의 20%를 분담하면서도 적정 인원인 241∼326명보다 훨씬 적은 108명이 근무하고 있는 일본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한국은 세계 11위 안팎의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게 국제 외교 무대에선 상응하는 위상을 확보하지 못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유엔에서 한국인의 활동 영역이 일부 확장된 것이 더욱 부각됐고, 불필요한 시샘을 받게 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유엔 본부와 각종 유엔 산하기관, 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관 등에서 한국인이 일할 기회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꿈을 가진 한국의 인재들이 국제무대에 더욱 많이 도전해 능력을 발휘할 때 ‘한국 편애’ 운운하는 험담은 사라질 것이다. 우선은 유엔의 한국인 직원부터 당찬 실력을 보여 줘야 한다.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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