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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7월 1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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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총리는 취임 2주일 만인 11일 하원에서 주택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입법 제안을 내놓았다.
이번 입법 제안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개발이익환수제’ 시행을 미룬 것. 개발이익환수제는 정부가 부동산 개발 허가를 내줄 때 개발업자와 토지 소유자가 얻게 되는 이익 중 일부를 환수해 지역 인프라 구축을 위해 쓰게 하는 제도다.
브라운 총리는 2004년 재무장관으로 재직할 때 건설사, 지방정부, 일부 노동당 의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민주택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한다”며 이 제도의 도입에 찬성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 “더 나은 대안을 찾겠다”며 유예를 선언한 것이다. 영국 주택건설협회와 공인중개사협회는 브라운 총리의 U턴을 즉각 환영했다.
이와 함께 브라운 총리는 새 정책의 초점을 세금이 아니라 공급에 맞췄다. 한 해 20만 채에서 공급을 20% 늘려 24만 채씩을 2016년까지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2020년까지 300만 채를 공급할 예정이다.
또 ‘집만 많이 지으면 뭐 하나. 수요가 있는 곳에 지어야지’라는 생각에서 중앙정부가 보유한 값비싼 터 550여 곳에 주택 10만 채를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물론 일각에선 비판도 만만치 않다. “대담하게 규제를 풀었던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에도 1990년 한 해에 지은 주택이 16만8000채였는데 어떻게 한 해에 24만 채까지 지을 수 있는가” “주택산업의 효율성을 개선해야지 정부 계획만으로 되겠느냐”는 회의론이 나돈다.
브라운 총리가 개발이익환수제를 유예한 것은 주택 300만 채 공급을 위해선 무엇보다 주택공급자의 부담을 줄여 줘야 한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그는 토니 블레어 전 총리에 비해 더 ‘왼쪽’에 있다는 평을 받아 왔다. ‘이제야 노동당이 노동당다워지겠구나’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이번 결정에 실망을 나타냈다.
그러나 공허한 이념보다는 실물경제를 중시하는 그의 냉철한 현실감각이야말로 그가 재무장관 시절부터 영국의 최장기 호황을 이끌어 온 비결인 것 같다.
송평인 파리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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