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세계한인회장대회 김영근 공동 의장

  • 입력 2007년 6월 20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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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세계한인회장대회 공동의장은 “해외 동포가 한국을 보는 심정은 입양된 사람이 낳아 준 어머니를 잊지 못하는 심정과 같다”며 “국제 네트워크를 위한 인력 자원으로 포용하고 활용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김영근 세계한인회장대회 공동의장은 “해외 동포가 한국을 보는 심정은 입양된 사람이 낳아 준 어머니를 잊지 못하는 심정과 같다”며 “국제 네트워크를 위한 인력 자원으로 포용하고 활용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해외 단기 체류자에 한해 대통령선거 투표권을 주기로 2년 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올해 대선부터는 외교관 유학생 해외 근무자 등 국내에 주민등록을 가진 국외 거주자가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 한인회는 단기 체류자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모든 해외 교포에게 투표권을 달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2004년 일본 교포, 2005년 미국 교포들이 제기한 공직선거법의 재외국민 참정권 관련 조항 위헌소송의 공개변론을 지난달 마쳤다. 때맞춰 700만 명 해외 동포를 대표하는 56개국 367명의 한인회 대표가 모여 제7회 세계한인회장대회를 19일 서울 광진구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동포사회 허브로서의 한인회 활성화 방안 △차세대 교육문제 △세계한인의 날(10월 5일) 제정에 따른 동포사회의 참여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한다. 이 대회 공동의장인 김영근(51) 씨를 18일 만나 해외 동포 참정권 등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그는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워싱턴한인연합회장을 맡았다. 또 다른 공동의장은 백금식 전 재중국한국인회장이다.

―헌재의 결정이 미뤄지고 있는데….

“해외 동포에 대한 참정권 부여 반대의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병역의무를 하지 않고, 세금을 내지 않고, 특정 정당에 유리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병역 및 납세와 관련해서는 해외 동포를 포용함으로써 한국이 얻게 될 장기적 이익을 고려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정치적 영향에 대한 예상에는 근거가 없다. 보수진영은 젊은 해외 동포 유권자가 늘어나는 점을 걱정하고, 진보 진영은 연령이 높은 유권자가 늘 것을 두려워한다. 뚜껑을 열기 전에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

―참정권을 부여하면 교민 사회가 분열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나친 걱정이다. 선거를 앞두고 각자의 선택에 따라 의견이 대립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똑같다. 일단 결과가 나오면 승복하고 다 같이 생활을 꾸려나가는 거다.

―해외 동포에게 참정권을 부여해서 한국이 얻을 이점은 무엇인가.

“최근 미국 사회에서 한국 교민의 역할 변화를 보라. 몇 년 사이 정치 참여가 급속도로 늘었다. 생계 꾸리기에 급급했던 삶에서 벗어나 구성원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권리를 행사하게 됐다. 사회에 적극 참여하는 구성원은 사회를 이끄는 동력이다. 세계 곳곳에 퍼진 700만 해외 동포를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포용할 때 한국이 가진 국제 네트워크의 힘은 엄청나게 달라질 것이다.”

―병역의무는 피하고 권리만 챙긴다는 시각이 있다.

“몇 년 전 불미스러운 병역회피 사건의 주인공인 가수 유승준 씨와 같은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내 아들은 갓난아기 때 미국으로 왔다. 한국인의 자긍심을 특별히 교육하지 않았다. 그런데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과 미국이 맞붙으니까 그 녀석은 목이 터져라 한국을 응원했다. 미국 일간지 기자가 인터뷰에서 이유를 물었다. ‘저는 한국 사람이니까요’라고 대답하더라. 해외의 한국 동포 대부분의 심정이 다 비슷하다.”

―일본군위안부 강제동원 규탄 결의안에 대한 교민 사회의 역할은….

“워싱턴의 교민은 백악관 고위 관료나 국회의원을 동네 주민으로 만날 수 있다. 재미 교민사회는 사적 경로와 공적 경로를 모두 동원해서 일본군위안부 결의안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미국 정가에서 일본이 확보한 영향력에 비하면 힘이 너무 미미한 게 사실이라 안타깝다.”

―버지니아공대 총격 사건 이후 교민이 당한 피해는 알려진 대로 미미했나.

“아들이 버지니아공대를 졸업해 그 도시에서 일하고 있다. 뉴스를 접하자마자 걱정에 잠을 못 이뤘다. 그러나 미국사회도 1992년 ‘LA 폭동’ 때에 비해 많이 성숙해졌다. 물론 일부 작은 마찰은 있었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한국 정부의 과도한 대응이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한국적 정서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의 해외 동포 정책에 대해 어떤 아쉬움이 있나.

“해외 동포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은 1997년 생긴 재외동포재단이 유일하다. 직원 40여 명이 전 세계의 700만 해외 동포 지원 업무를 전담한다. 서울 전체의 치안을 파출소 하나로 감당하는 셈이라고 할까. 해외 동포는 한국을 버리고 떠난 사람이 아니다. 그저 외국 땅에 떨어져 살고 있을 뿐인 한국인으로 품어 주길 바란다. 해외 동포들은 언제든 최선을 다해 조국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

:김영근 의장:

△1956년생 △1981년 성균관대 사회개발학과 졸업 △1982년 도미 △1995년 부동산회사 KO AM 대표 △1998∼1999년 북버지니아한인회 부회장 △2000∼2001년 워싱턴한인연합회 사무총장 △2003∼2006년 워싱턴한인연합회장 △2005∼2007년 세계한인회장대회 공동의장 △2006년 21세기 한미관계연구소장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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