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짓밟힌 꿈

  • 입력 2006년 10월 31일 03시 03분


코멘트
백의 유일한 희망은 우변이다. 그러나 흑이 즉각 대패질(○)을 해대니 이마저 여의치 않다. 프로기사 가운데 최장신인 윤혁 5단. 허리를 꺾고 수읽기를 할 때면 머리가 상대의 가슴에 닿을 듯해 조마조마하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윤 5단이 괴로워하는 기색이 그런 생각을 달아나게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 하지만 급한 마음에는 뜬구름 같은 이야기로 들릴 뿐이다. 백 110으로 흑 석 점을 탐한 건 한시바삐 실리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생각이었으나 오히려 집 차이를 더 벌어지게 만들었다.

순순히 111의 자리, 호구로 막아 우변을 지키느니만 못했다. 백 114로 흑 석 점을 먹고 10집을 불렸으나 대신 우변이 거덜 났다. 마지막 희망이 사라진 것이다.

그럼에도 백은 116, 118로 또다시 우중앙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쓰럽다. 백이 깨진 쪽박을 꿰매거나 말거나 흑은 일별도 던지지 않고 119로 손을 돌린다. 이곳은 10집이 채 되지 않는 자리이기에 우중앙 백진을 유린하지 않을까 보았는데 외면했다. 흑이 어떻게 두든 더는 집싸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중앙을 공배로 봤다면 무시당한 것이다.

백 120으로 품을 키우자 과연 흑 121부터 127까지 멋지게 자세를 잡으니 더 공격당할 말이 아니다. 백 128은 궁색한 나머지 둔 수이나 흑은 또 외면하고 흑 129 이하로 ‘부자 몸조심’한다. 이제야말로 미련을 버려야할 때. 나머지 수들은 총보로 미룬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