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준규]현대차 노조 공멸의 길 걸을건가

  • 입력 2006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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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피아트자동차사 노조는 1969년 ‘뜨거운 가을’이라고까지 불리는 최악 최장의 파업을 벌여 회사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경제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그 후 매년 장시간 지속된 노조 파업의 여파로 급기야 파산 위기에 몰린 피아트사 경영진은 1980년 경영합리화를 위해 2만3000명의 종업원을 해고했다.

이에 반발한 노조는 공장을 점거하고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였고, 피아트사가 위치한 이탈리아 최고의 부자 도시 토리노의 경제는 골병이 들었다.

노조의 무리한 이기주의 때문에 노동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생각한 화이트칼라(사무직) 사원을 포함한 일반 시민 4만 명이 토리노 공장 앞에서 ‘노조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여 노조의 파업을 무력화시켰다. 이 운동은 피아트사의 정상화뿐만 아니라 노조의 편을 들어 주면서 집권을 연장해 온 좌파정권이 막을 내리게 된 역사의 이정표가 되었다.

현재 울산은 미국의 디트로이트 시가 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한때 세계 자동차산업의 심장이라 일컬어지던 디트로이트 시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곳곳에 문 닫은 자동차 공장들과 활력을 잃은 도심권을 보고 놀란다.

현대자동차 근로자 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 있다. 임금 대비 실질 생산액에서는 현대-기아차가 가장 비싼 임금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은 세계 유명 자동차산업 연구 기관의 공통적인 견해다.

기업은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계속하면 국내 신규 투자를 중지하고 해외 이전이 불가피하게 된다. 기업의 이전은 대규모 해직과 지역경제의 침체로 이어진다.

나아가 현대자동차의 파업은 전 세계에 알려져 대외신인도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다. 외자를 유치하려고 해도 세계 최고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이 파업하는 나라에 공장을 지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돈을 빌릴 때도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국가와 국민이 현대차 파업으로 입는 손실은 수조 원에 이른다.

노조도 잠시 붉은 띠를 벗고 이렇게 해도 3년 후에 내 일터가 온전히 남아 있을 것인가를 냉정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김준규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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