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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12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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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눈물은 흔치 않다. 호르몬이나 눈물샘 같은 생리적 차이든, 산업혁명 후 ‘감정을 절제해야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훈련받아서든, 동서고금의 영웅상(像)치고 훌쩍거리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 남자답지 못하다거나, 위선적인 ‘악어의 눈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보기 드문 남자의 눈물이기에 되레 인간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역설도 가능하다. 2001년 9·11테러를 수습한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이나, 2002년 대통령선거 광고에서 노무현 후보는 눈물을 보여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다.
▷김수환 추기경의 눈물은 또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평화신문 성탄 특별대담에서 황우석 사태에 대해 언급하면서 김 추기경은 “한국 사람이 세계 앞에 고개를 들 수 없는 부끄러운…” 하다가 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굵은 눈물을 떨어뜨렸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부정직하게 살았는지, 또 진실을 외면하고 살았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감상적인 남자’를 쓴 글렌 헨들러는 “남자의 눈물은 그 사람의 평소 모습에 따라 달리 평가된다”고 했다. ‘용의 눈물’이 감동적인 것은 용이 울었기 때문이지 이무기라면 통곡을 한대도 좋은 반응 얻기 힘들다. 이번 사태를 우리 모두의 문제로 여기자는 추기경의 깊은 뜻에 고개가 숙여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원천 잘못’을 저지른 누군가도 어디선가 통한(痛恨)의 눈물을 짓고 있을지 궁금하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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