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마이크 오핸런]주한미군은 ‘동북아 평화보험’

  • 입력 2005년 12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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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다녀온 서울과 비무장지대(DMZ)에서 한미동맹이 풍파를 헤치면서도 얼마나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5년간 북한을 다루는 방법에서 큰 차이를 드러냈지만, 두 나라가 얼마나 많은 공통점을 지녔는지를 한국의 관리와 학자들과 논의하는 자리에서 알 수 있었다. 동맹에 문제가 다소 생기더라도 한미 간의 안보 파트너십은 지켜내고 발전시켜야 할 가치가 있다.

한미동맹은 우선 북한의 위협이 성공적으로 제거될 때 의미를 갖는다. 통일 이후에도 한반도는 미국과의 동맹에서 이익을 볼 수 있다. 미국 역시 막강한 군사력을 갖춘 통일 한국과의 동맹에서 얻는 것이 많다.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에는 많은 이점이 있다. 주한미군은 보험 상품과 같다. 중국의 부담스러운 행동을 예방하고 한일 간 알력도 줄일 수 있다. 또 해적, 테러집단, 남중국해상로 갈등 등 잠재적 위협에 대처하는 데 중심축 역할도 한다.

미군의 주둔은 서류상의 동맹관계보다 훨씬 믿음직한 안보의지를 확인시켜 주는 장치다. 외부 공격 시 미군의 자동 개입 역시 주한미군 때문에 보장된다.

물론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 미군의 기지 사용에 반대할 권리가 한국 정부에 주어진다. 1973년 중동전쟁 때 포르투갈을 제외한 유럽국가가 자국 내의 미 공군 재급유에 반대했고, 1986년 리비아 폭격 당시 프랑스는 미국의 영공 통과를 거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터키는 2003년 이라크전쟁 때 자국과 연관된 미국의 군사작전 내용이 어떤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워싱턴이 이런 저항감을 즐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국은 해외군사작전에 발을 담그길 주저하는 국가에는 독립적 외교정책을 보장했다.

중국이 한국을 공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국제정치의 불가측성을 고려한다면 향후 해저자원을 둘러싼 한중 간 분쟁으로 중국이 한국의 이익을 해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미군의 주둔은 중국 지도자에게 위협행위를 자제하도록 만들 것이다. 이런 보호 장치는 한국이 중국 견제용 핵무기 개발에 덜 유혹받게 만든다. 미군의 한반도 주둔이 동북아 국가들의 핵개발 욕구의 도미노 현상을 막는 것 자체도 성취가 아닐 수 없다.

주한미군은 한일 간 분쟁에서 미국이 일본 편을 들 수 있다는 걱정을 덜어 준다. 일본 정부도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면 일본이 지역 내 유일한 미군기지 제공자라는 사실에서 벗어나게 된다. 양국 모두 상대국이 미국과 동맹을 맺지 않고, 자국만 군사기지를 내주는 것이 주변국에 어떻게 비칠지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그리스와 터키, 이스라엘과 이집트처럼 불편한 두 나라와 외교관계를 맺어 왔다. 미국을 매개로 한 삼각관계는 두 나라의 신뢰 구축을 가능하게 했다. 주한미군의 존재는 한미동맹이 미일동맹과 비슷한 위치에 머물게 하는 효과도 있다.

미군의 한일 양국 주둔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높임으로써 한일 양국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게 해 준다. 강력한 안보 공동체는 무정부적 국제질서 속에 다수의 독립적 국가의 공존보다는 평화 유지에 유리하다.

최근의 긴장과 한국 젊은 세대의 약화된 동맹의지 때문에 한미동맹을 포기할 수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한미동맹은 역경을 헤치며 지속해야 할 가치가 있다. 한국으로선 유일한 공식 동맹이자, 미국에는 가장 뚜렷한 족적을 남긴 것이 한미동맹이 아니던가. 비관론자가 포기하도록 방치할 그런 한미동맹이 결코 아니다.

마이크 오핸런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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