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노동현/취업했다고 졸업시험도 안보나

  • 입력 2005년 12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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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수업시간 도중 교수님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최근 취업에 성공했다는 한 수강학생의 전화였다. 교수님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는 출석부에다 해당 학생의 성적과 관련한 메모를 하면서 “이 친구는 B학점 정도 주면 불만 없겠지”라고 말씀하셨다. B학점 정도 주면 취업한 학생이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나 크게 피해가 없는 적절한 점수라는 의미인 것 같았다.

어느덧 2학기가 끝나가면서 반가운 취업 성공 소식이 속속 날아들고 있다. 취업이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현실 속에서 취업의 관문을 통과한 건 분명 기뻐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취업에 성공했다는 이유만으로 나머지 수업을 소홀히 하는 학생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4학년의 경우 담당교수에게 자신의 취업 소식을 알리고 나서 수업에 무단으로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필자가 아는 한 졸업예정자는 입사가 내년 1월인데도 거짓말을 하고 11월 한 달간 배낭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더 심각한 것은 취업한 학생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대학의 입장이다. 취업한 학생이 무단결석을 해도 출석한 것으로 처리해 주고 학생이면 누구나 다 봐야 하는 기말고사를 손쉬운 리포트로 대체해 주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게 한국 대학의 현실이다.

취업자가 많을수록 학교 위상이 올라간다는 점을 감안해 취업 학생이 “지금부터 출근해야 한다”고 하면 이를 용인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취업은 결코 졸업과 동의어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대졸 취업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대학졸업자의 직업기초능력은 선진 12개국 중 11위를 차지했다. 학생들의 학업 능력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할 대학의 과도한 관용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노동현 한국외국어대 신문방송학과 4년·본보 대학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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