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상호]尹국방, 금방 탄로 날 일을…

  • 동아일보
  • 입력 2005년 11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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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경주 한미정상회담 직후 정부가 자이툰부대의 감축 방침을 공개한 데 대해 대사가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습니까.”(기자)
“전혀 없었습니다. 감축 문제에 대한 상호 입장을 이해하고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장관)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은 24일 기자들에게 전날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가 찾아온 사실을 공개하면서 국방부가 18일 열린우리당과의 당정협의에서 자이툰부대 감축 방침을 밝힌 데 대해선 버시바우 대사의 항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버시바우 대사의 요청으로 비공개 회동이 이뤄진 점에 비춰 볼 때 뭔가 심각한 대화가 오갔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윤 장관의 설명은 너무 태연했다. 아니나 다를까, 당시 그의 주장이 거짓이었음이 외교소식통을 통해 확인됐다.
불과 며칠 만에 탄로 날 일을 윤 장관은 왜 사실대로 발표하지 않은 것일까. 군 내부에선 두 가지 추측이 나온다. 우선 한미정상회담 직후 자이툰부대 감축에 관한 당정협의를 해 미국의 오해를 사고 항의까지 받게 된 데 대한 비판을 피하려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버시바우 대사가 외교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것을 윤 장관이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을 개연성도 없지 않다.
첫 번째 추측이 실제 이유라면 윤 장관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 셈이고, 두 번째가 이유라면 외교적 감각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국방부는 자이툰부대의 감축 문제에 시종 안이하게 대처해 왔다. 한국의 일방적인 감축 방침 공개에 대해 미국 측에서 “한국 정부의 공식 통보가 없었다”고 당혹스러워 했음에도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미 측과 실무협의를 했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심지어 국방부 일부 관계자는 “여러 차례 관련 보도가 나와 모를 리가 없는데 미국이 왜 저러느냐”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동맹의 기초는 상호 신뢰와 배려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이라크 파병에 여러 차례 감사를 표명한 다음 날 ‘마치 뒤통수를 치듯’ 감축 방침을 밝힌 것도 그렇지만, 미 대사의 유감 표명마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신중치 못한 처사였다.
윤상호 정치부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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