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일부 멋대로 北지원하면 재정 거덜 난다”

  • 입력 2005년 11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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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남북경협을 전담할 반관반민(半官半民) 성격의 남북협력공사 설립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후퇴했다. “재원 마련 방안이 분명치 않다”는 기획예산처의 지적에 따라 당장 설립하기보다는 신중히 추진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뒤늦게 제동이 걸리기는 했지만 우리 형편이나 남북관계의 현실에 비춰 이런 기구가 과연 필요한지부터 의문이다.

북을 돕더라도 우리 능력에 맞게 도와야 한다. 2000년 이후 대북(對北) 지원액은 연평균 5700억 원에 이른다.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닌데도 전담기구까지 만들어 뭘 얼마나 더 쏟아 붓겠다는 것인지 국민은 겁부터 난다. 내년부터는 5년간 총 5조2500억 원을 북한의 농업, 경공업 분야 등에 지원하겠다고 한다. 이 돈만 연간 1조5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다 에너지, 물류운송, 통신 인프라 구축 비용까지 합하면 액수는 매년 4조∼5조 원으로 늘어난다. 이 돈은 또 누가 부담할 것인가. 국가채무는 올해 말로 248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통일부는 “내년도 대북 지원예산 1조5623억 원은 국내총생산(GDP)의 0.2%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독일의 통일 비용이 GDP의 4∼5%인 데 비하면 아직 적다는 것이다. 딱하기 짝이 없는 비교다. 변양균 예산처 장관은 “한국이 독일 수준으로 통일 비용을 지출하면 매년 40조 원이 들어 국가재정은 거덜 나고 말 것”이라고 했다.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대북 지원을 참고 있는 것은 북한이 변할 것이라는 한 가닥 희망 때문이지만 아직 뚜렷한 징후를 발견할 수 없다.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도 지적했듯이 북은 여전히 개혁·개방정책에 극도의 반감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묻지 마’식의 대북 지원은 재고돼야 옳다. 국민 부담도 최소화하고, 북한의 변화도 촉발할 수 있는 지원정책을 모색해야 한다. 자칫하다가는 북한을 도울 수 있는 남의 경제적 기반까지도 무너져 버릴 우려가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해 획기적인 대북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그 전에 남북이 함께 망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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