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을 돕더라도 우리 능력에 맞게 도와야 한다. 2000년 이후 대북(對北) 지원액은 연평균 5700억 원에 이른다.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닌데도 전담기구까지 만들어 뭘 얼마나 더 쏟아 붓겠다는 것인지 국민은 겁부터 난다. 내년부터는 5년간 총 5조2500억 원을 북한의 농업, 경공업 분야 등에 지원하겠다고 한다. 이 돈만 연간 1조5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다 에너지, 물류운송, 통신 인프라 구축 비용까지 합하면 액수는 매년 4조∼5조 원으로 늘어난다. 이 돈은 또 누가 부담할 것인가. 국가채무는 올해 말로 248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통일부는 “내년도 대북 지원예산 1조5623억 원은 국내총생산(GDP)의 0.2%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독일의 통일 비용이 GDP의 4∼5%인 데 비하면 아직 적다는 것이다. 딱하기 짝이 없는 비교다. 변양균 예산처 장관은 “한국이 독일 수준으로 통일 비용을 지출하면 매년 40조 원이 들어 국가재정은 거덜 나고 말 것”이라고 했다.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대북 지원을 참고 있는 것은 북한이 변할 것이라는 한 가닥 희망 때문이지만 아직 뚜렷한 징후를 발견할 수 없다.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도 지적했듯이 북은 여전히 개혁·개방정책에 극도의 반감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묻지 마’식의 대북 지원은 재고돼야 옳다. 국민 부담도 최소화하고, 북한의 변화도 촉발할 수 있는 지원정책을 모색해야 한다. 자칫하다가는 북한을 도울 수 있는 남의 경제적 기반까지도 무너져 버릴 우려가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남북 경제공동체 건설을 위해 획기적인 대북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그 전에 남북이 함께 망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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