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호시노 닮은꼴 빛나는 宣야구

  • 입력 2005년 10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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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따위로 야구할 거면 한국으로 돌아가라.”

일본 주니치 진출 첫해였던 1996년. ‘열혈남아’ 호시노 센이치(현 한신 시니어 디렉터) 감독은 부진하던 선동렬을 엄하게 꾸짖었다.

선동렬은 이를 악물고 죽기 살기로 던졌다. 이듬해 그는 보란 듯이 ‘나고야의 수호신’으로 거듭났다. 1999년 센트럴리그 우승을 확정짓던 날 호시노 감독은 선동렬에게 ‘도아게 투수’의 영예를 안겼다. ‘도아게(胴上げ)’는 ‘헹가래’란 뜻으로 도아게 투수는 우승을 확정지을 때 마지막으로 마운드에 선 투수를 말한다. 외국인 투수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로부터 6년 후. 삼성의 사령탑이 된 선동렬 감독은 자신의 후계자인 오승환을 도아게 투수로 만들어 주었다.

한국시리즈 4차전이 열린 19일. 8회초 스코어는 8-1로 벌어져 한국시리즈 우승이 눈앞에 있었다. 여기서 선 감독은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려 경기를 마무리 짓게 했다. 선 감독은 “향후 10년간 팀의 뒷문을 책임질 선수에게 우승의 순간을 느끼게 해 주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선 감독 야구엔 일본야구의 색채가 짙다. 4차전에서도 4-1로 앞선 7회 보내기 번트를 대는 등 상대를 완전히 쓰러뜨리는 작전을 구사했다. 3차전까지 이긴 뒤에도 “야구는 모르는 것이다. 무조건 총력전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 감독은 “내 야구가 일본야구의 모방은 아니다. 좋은 점만 배우자는 것이다”라고 하면서도 “주니치 시절 호시노 감독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투수 교체, 선수 장단점 파악, 상황에 따른 기용 등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호시노 감독은 선 감독에게 전화를 해 “반드시 우승하라”고 말했고, 그는 4전 전승으로 데뷔 첫해 우승을 차지했다. 스승과 제자는 11월 아시아시리즈가 열리는 일본 도쿄에서 재회할 예정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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