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이해 못한 학생은 거른다?’ 동국대 ‘술렁’

  • 입력 2005년 10월 6일 14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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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시 대학수업 내용을 참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대한상공회의소(이하 상의) 김상렬 부회장(사진)의 최근 발언이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김 부회장은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거듭된 ‘친북 반미 발언’과 관련해 지난 4일 상의 출입기자들과 만나 “강 교수의 강의를 들은 학생이 시장경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지 올바른 경제관이나 역사관을 가질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기업 채용 때 대학수업 내용 등을 참고하도록 경제단체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강 교수의 발언은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것으로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 재계의 인식”이라며 “그런 인식을 가진 사람이 강당에서 학생을 가르치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재계가 반시장경제적 강의를 들은 대졸 입사지원자에게 채용 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김 부회장의 이 같은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ID ‘yamujin8’은 “시장경제의 꽃은 기업이다. 거기에 반시장경제주의자들이 들어갈 수는 없다”며 “기업정서와 반하는 사상을 가진 사람들 때문에 그 조직은 분열과 갈등이 생기고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kwang1902’도 “대학에 학문의 자유가 있다면 기업에게도 직원을 선택할 자유가 있는 것 아니냐”며 “강 교수의 발언은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것으로 기업이 그런 강의를 들은 지원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김 부회장을 옹호했다.

하지만 ‘ksahn55’은 “문제가 있는 교수에게 수업을 들었다고 그 자체로 응시생을 거르겠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학생은 대학이 제공하는 수업을 받았을 뿐인데 무슨 죄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szzanggu’는 “나도 강 교수님 수업을 들었지만 그냥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정도로 여겼다”며 “모든 학생들이 수업을 듣는다고 교수님들의 견해를 무조건 받아들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동국대 학생들도 김 부회장의 발언을 접한 뒤 술렁이는 분위기다.

동국대 홈페이지에는 “강 교수 강의를 듣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와 “학교는 대한상공회의소의 발언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주문하는 학생들의 주장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스스로를 졸업을 앞둔 4학년이라고 소개한 한 학생은 “기업은 신규채용 인원이 적기 때문에 사람을 뽑을 때 한명 한명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며 “개인적으로 강 교수님을 좋아하지만 동대생들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국대학교 홍보실 관계자는 “재학생들은 김 부회장의 발언이 실제로 반영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기업이 모든 대학 교수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쳤는지 알아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 아니냐”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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