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법원장 인선도 ‘코드’로 흘러선 안 된다

  • 입력 2005년 8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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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퇴임하는 최종영 대법원장의 후임 논의가 심상치 않다. 노무현 정부 들어 유난히 목소리를 높여 온 시민·사회단체들이 판갈이식 인선 기준을 제시하며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대법관 출신은 모두 배제해야 한다’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의 초법적 발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어제 대한변호사협회가 현직 대법관 또는 대법관을 지낸 법조인 4명이 포함된 차기 대법원장 후보 5명을 추천했다.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내세운 인선 기준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내용이다. 대한변협은 사법부의 근본 체계를 부정하거나 정치적 이념을 앞세워 구성원의 편향성을 유도하는 것은 개혁의 정도(正道)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대한변협의 논리와 추천 내용은 전적으로 타당하다. 대법원장은 우선 정치권력으로부터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 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과거의 판결을 분석해 법조인으로서의 철학, 정의에 대한 신념, 인품과 자질을 따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시민단체들이 대법원에 몸담았던 인물은 무조건 안 된다며 편향된 사법부 개혁을 주장하는 것은 참여정부 들어 만연한 ‘코드 인사’를 하자는 주장이나 다름없다. 이런 여론몰이에 민변이 합세한 것은 법률가의 양심까지 의심케 하는 일이다. 노 대통령과 호흡이 맞는 민변이 이참에 사법부를 장악하기 위해 자신들과 뜻이 같은 인사를 대법원장으로 밀고 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사법 개혁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법관이 양심에 따라 재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지, 여론을 앞세운 편 가르기나 판갈이식 발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차기 대법원장 인선은 노 대통령의 또 하나의 시험대다.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가 발목을 잡아 일을 못한다는 피해의식의 연장선상에서 사법부를 손에 넣으려는 시도가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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