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파트 한 채에 호화주택 보유稅라니

  • 입력 2005년 7월 5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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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대통령정책실장이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정책’을 내놓겠다며 고가(高價)주택에 대한 보유세 강화 방침을 밝혔다. 고가주택 보유과세를 서너 배 정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되면 일부 지역의 주택 소유자들이 충격 끝에 조세저항을 보이지 않을지 걱정이다.

김 실장은 고가주택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다. 현재 양도소득세 면제대상(3년 보유, 2년 거주)에서 제외하는 고가주택 기준은 실거래가 6억 원 이상이다. 보유세를 강화할 고가주택의 범위도 6억 원 이상으로 한다면 서울 강남 20평대, 경기 성남시 분당 30평대 아파트와 수도권 신도시의 중대형 아파트 대부분이 해당될 것이다. 실제로 거주하는 집 한 채밖에 없는 시민들에게 고율의 보유세를 부과하는 것은 투기와 아무 관계도 없는 중산층에 부당한 고통을 안기는 정책의 횡포다.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 등 시장원리에 맞는 정책에 우선을 두지 않고 ‘배 아픈 사람 낫게 해 주겠다’며 중(重)과세 중심의 억제정책에 치중하는 바람에 중대형 아파트 값이 오히려 급등했다. 이는 정책의 실패다. 그런데도 집값 등락에 스스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실(實)거주 1주택 보유자에게 ‘세금 보복’을 하는 것은 정부가 선량한 시민에게 죄를 짓는 행위다.

1주택 소유자의 보유세를 갑자기 서너 배 올려버리면 조세저항뿐 아니라 내수(內需)를 위축시키는 부작용까지 키우게 된다. 집이 한 채뿐인 사람은 집값이 올랐다고 당장 팔아 양도차익(差益)을 챙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고가주택의 경우 재산세가 서너 배 올라가더라도 양도소득세(실거래가의 9∼36%) 때문에 집을 팔기도 부담스럽다. 정책의 정당성은 암세포를 죽이는 데 있는 것이지, 정상 세포를 모두 죽이는 데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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