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구본창]강남 특성 맞는 주택정책 아쉽다

  • 입력 2005년 6월 30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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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도 이후 급등세를 보인 서울 강남 및 경기 성남시 분당 일대의 집값이 또다시 꿈틀대면서 이 지역 집값 안정에 총력을 기울인 정부로서는 허탈해 하면서도 추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강남, 분당 등지의 2001년 이후 아파트 값 급등은 고속철 등 교통망 확충으로 수원은 물론 천안, 아산까지 서울 통근권에 편입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통근권 확대 등으로 도시가 팽창하면 도시 중심의 지가 등 부동산 값이 오르기 때문이다.

참고로 판교발 분당 집값 상승은 이 밖에도 신분당선 개통에 따른 접근성 향상 효과를 반영한다. 즉 전철 신분당선 개통 시 분당 정자역에서 서울 양재역까지 걸리는 시간이 현재의 1시간 내외에서 20분 이내로 줄어들게 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접근성 향상의 가치를 1억 원가량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강남 집값 안정책으로 신도시 건설 등 서울 주변에 아파트의 대규모 공급이 자주 거론되고 있으나 과연 이 같은 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공급을 늘리면 가격이 하락하는 일반적 경제원리가 토지에는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일반 재화는 수요가 몰려 가격이 오르고 이윤이 발생하면 그 재화의 공급이 늘어 가격이 내리고 이윤이 소멸되지만 토지의 경우에는 중심지 토지에 수요가 몰리고 지가가 상승하면 주변 토지가 경쟁적으로 개발되는데 이때 중심지 지가는 더욱 오르게 된다. 헨리 조지 학파의 원로 격인 메이슨 개프니 교수의 말을 빌리면 자본재 등 일반 재화의 경우에는 이윤 발생 시 경쟁에 의해 이윤이 소멸되는(competed away) 반면 토지의 경우에는 이윤 발생 시 경쟁의 힘이 중심지 지가로 전가된다(imputed away).

필자가 보기에는 강남 집값을 잡으려면 주변 개발에 앞서 강남 주택 수요를 강남에서 해소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강남에 강남 땅값에 비례하는 정도의 고밀개발이 이루어진다면 강남에 몰린 주택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강남 주택의 토지지분이 낮아지므로 강남 주택 값을 떨어뜨릴 수 있게 된다.

혹자는 강남구 도곡동 등지에 들어선 초고층 주거타워는 용적률이 일반 주거지의 4∼5배로 주택면적당 토지지분이 매우 낮은 데도 집값이 오히려 주변에 비해 높다고 반론을 제기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현재 강남 지역에서는 주택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으로 만일 강남 주택 수요에 부응하도록 초고층 주거타워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어 이 지역에서 주택 초과 수요가 해소된다면 토지지분 감소에 따른 혼잡 등 효율 저하로 집값은 큰 폭으로 떨어지게 된다.

환경론자들은 이 같은 강남 고밀도 개발에 대해 서울 중심지의 고밀도 이용이 초래하는 혼잡 등 부작용을 강조하여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심지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주택 수요를 서울 주변을 개발하여 해소한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훼손 문제 역시 매우 심각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집값을 잡는 데 세제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대안으로 공급 확대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강남 주변 개발에 앞서 주택 수요가 몰려 있는 강남 바로 그곳에서 주택 수요를 해소할 방안을 함께 모색하지 않는다면 강남 집값을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부동산 정책을 펼 때는 일반 상품에 적용되는 경제원리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특성을 함께 고려해야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구본창 리얼리치부동산연구원 원장 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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