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군대보내기 싫다" 원망글 쇄도

  • 입력 2005년 6월 20일 15시 52분


코멘트
“그동안 남자라면 군대에 갔다 와야 된다고 아들들에게 말해 왔는데 더 이상 그런 말을 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해외 원정출산이라도 할 걸 그랬나 , 아비로서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아들만 셋을 두었다는 한 아버지가 20일 국방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남긴 글이다.

경기도 연천군 전방부대에서 19일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하자, 국방부 홈페이지에는 “이래가지곤 어떻게 자식을 군대에 보내겠냐”는 분노의 글로 도배되고 있다.

얼마 전 병역기피용 국적포기자를 둘러싼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어느 때보다 떳떳하고 뿌듯했던 군 입대 자녀를 둔 부모들. 그러나 어처구니없는 총기난사 소식에 부모들의 심정은 참담함으로 바뀌고 있다.

아들이 전방 5사단에서 복무 중이라는 한 어머니는 “다들 참으로 젊고 씩씩한 나이에 저 세상으로 가다니…, 날벼락을 맞은 부모들과 친지들의 오열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고 애도의 마음을 전하며 “국적포기를 위해 이중 국적자들이 법무부에 왜 그렇게 몰렸는지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부모들이 자식을 군대에 보내놓고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병역문화 개선 및 군 인권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다수의 군입대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런 문제가 생기는데 어느 부모가 자식을 군대에 보내고 싶겠느냐”며 “그러니 원정출산, 국적포기 등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국방부를 비난했다.

누리꾼들은 “군대에서 구타나 가혹행위가 사라졌다더니 여전한 모양”이라며 “정부는 병역기피문제를 해소하려면 폭력적 군대문화와 인권침해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누리꾼 ‘옹달샘’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군복무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 정립과 이에 따른 군의 각종 문제해결, 고의적인 병역기피자의 근절”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이태련 상병의 어머니 배옥자(52) 씨는 "국적포기자들 다 나와라. 돈 없는 사람 아들만 군대 가고 돈 있는 집안 자식들은 군대 안가는 이런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울부짖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에서 이번 총기난사 사건이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자식을 둔 부모들에게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군입대 기피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며 국방부의 확실한 대책을 추궁했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