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양종구/청소년축구 ‘떡잎교육’에서 졌다

  • 입력 2005년 6월 20일 02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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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온 국민의 밤잠을 설치게 했던 2005세계청소년(20세 이하)축구선수권대회 F조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는 우리 유소년 축구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국은 브라질을 만나 제대로 힘도 써 보지 못했다. 미드필드 라인이 장악당해 공격과 수비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했다. 허리가 동강나다 보니 조직력보다는 긴 패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무리한 공격은 번번이 차단당했다.

반면 브라질은 개인기와 자로 잰 듯한 짧은 패스워크를 바탕으로 우리 수비라인을 흔들었다. 한마디로 브라질과의 수준 차이는 컸다.

박성화 청소년팀 감독은 “부족함을 실감했다. 기술은 물론 체력, 경기 운영 등 전반적으로 수준을 끌어올리지 않고는 세계의 벽을 넘기 힘들 것 같다”고 인정했다.

현장에서 지켜본 조광래 전 FC서울 감독도 “처참한 경기였다. 하지만 이번 참패는 감독과 선수들만의 책임은 아니다. 한국축구의 수준에 맞는 결과였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 강국에선 어릴 때부터 축구하는 법을 가르친다. 그래서 성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포지션에 맞는 개인기와 경기 운영 능력을 실전에서 발휘한다. 하지만 한국은 이기는 법만 가르치다 보니 강팀을 만나 경기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선수들이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같은 축구 강국은 프로팀들이 10세부터 18세까지 연령별대로 유소년팀을 운영한다. 훈련 내용은 승패보다 기술과 경기 운영 능력 배양에 초점을 둔다. 그러니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지더라도 어이없이 무릎을 꿇진 않는다.

승패는 병가지상사. 하지만 어떻게 이기고 졌는가는 중요하다. 박주영이라는 걸출한 축구천재에 의한 극적인 역전승과 무기력하게 밀린 브라질전 참패는 우리에게 축구는 11명이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준다. 19일 끝난 13세 이하 세계유소년대회에서 우승한 일본 축구의 약진도 예사롭지 않다. 일본의 우승은 우리처럼 먹고 자고 공만 차는 ‘엘리트 스포츠’보다 즐기면서 운동하는 ‘클럽 스포츠’의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이다.

청소년축구의 탈락은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아쉬움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우리는 또다시 실패할지도 모른다. <에멘에서>

양종구 스포츠레저부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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