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정은]원내진출 1년, 민노당의 한숨

  • 입력 2005년 4월 14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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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이곳을 기억하십니까. 우리가 눈물을 흘리며 밟았던 계단입니다. 당당하게 첫 국회 진출의 발걸음을 떼어 놓던 바로 그 자리입니다.”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돌계단. 원내 진출 1주년 기자회견을 시작하는 민주노동당 홍승하(洪丞河) 대변인의 목소리가 가볍게 떨렸다. 홍 대변인은 “노동자와 서민을 대표한 의원이 딱 한 명만 있었으면 했던 때가 엊그제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노당 김혜경(金惠敬) 대표는 “더 이상 새내기가 아닌 당당한 대안세력으로 신발 끈을 조여 매자”고 의원과 당직자들을 격려했다.

그러나 행사가 끝난 뒤 한 당직자는 “작년 이맘때는 정말 굉장했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20%대에서 10% 안팎으로 내려앉은 당 지지도와 멀어져 가는 여론의 관심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 나왔다.

진보정당인 민노당의 국회 진출이 한국 정치사에서 갖는 의미를 과소평가할 사람은 없다. 국회의 특권과 권위주의를 허물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이슈를 공론화하는 데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회 입성 기대감이 만들어 낸 ‘거품’이 걷히면서 당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작성된 내부 보고서는 현재의 민노당을 ‘총체적 위기 상황’으로 규정하고 있다. 안일한 현실인식, 표류하는 정책, 조직의 조로(早老)현상, 분파 간 갈등문제 등이 신랄하게 지적됐다. 머지않아 당 지지율이 8% 수준으로 하향 고착화될 것이란 전망도 포함돼 있었다. 민노당이 발의해 통과시킨 법안도 3개뿐이다.

민노당 측은 “수(數)의 정치 때문에 10명의 국회의원으로는 정책 실현에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당 바깥에서는 “민노당이 내세우는 정책들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유권자들에게는 공허한 구호보다 손에 잡히는 ‘빵 한 조각’이 더 소중한 것이 아닐까. 소수 정당의 한계만을 호소할 것이 아니라 피부에 와 닿는 정책 개발과 이를 관철하기 위한 유연함과 원내 협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내년 이맘때 국회 진출 2주년 행사에서 더 깊은 한숨을 내쉬지 않으려면….

이정은 정치부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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