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에는 가족이 단출하거나 혼자 사는 사람이 좋아 보인다. 하지만 명절 때가 되면 역시 식구 많은 가족이 부럽다. 집안 가득 식구들이 북적대고 하루 종일 손님이 들락거리는 것을 보면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 설날에 제자가 스승을 찾아 세배를 올리는 것도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미덕이다. 고교 은사님 작고 후 10년이 지나도록 설날 때마다 사모님을 찾아뵙고 선생님 영정에 절을 올리는 제자들도 있다.
▷설 연휴 특집 프로그램 중 9일 오전 방영된 MBC TV 특집 ‘우리우리 설날은-우리 가족 최고’에서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대가족제도를 고집하면서도 식구를 위해 집 지하에 노래방 시설을 갖춘 노부모, 늦둥이 아이가 부모가 너무 늙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건강과 미용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는 중년 부부, 입양아를 인생의 진정한 축복으로 받아들인다는 평범한 이웃의 얘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중국 가곡인 정곡(正曲)에 대응해 고려시대 이래 우리 고유의 노래를 별곡(別曲)으로 불렀다. 그런 점에서 한국인에게 설날은 ‘가족별곡’을 부르는 날이다. 많은 한국인이 설날에 고향과 가족을 대한 보람과 감동으로 다시 1년 살아갈 힘을 얻는다. 하지만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 의미의 ‘온전한 가정’은 이제 47.1%에 불과하다. 부부만의 가구가 13.8%, 1인 가구가 17%에 이른다. 설날이 가족의 가치와 소중함을 오래도록 지속시켜 줄 수 있을까. 열쇠는 물론 설날의 노고를 감당하는 여성들이 쥐고 있다.
오명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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