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상훈]결식아동의 마음부터 어루만져야

  • 입력 2005년 1월 18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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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 5개와 메추리 알 5개, 김치참치볶음, 단무지 무침….

결식아동에게 전달됐던 2500원짜리 도시락의 내용물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배달료 등 부대비용을 빼면 기껏해야 1500원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들은 이것을 먹고 “도시락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감사 쪽지까지 보냈다.

부실 도시락 파동의 여파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몇몇 지역에서는 도시락 납품업체가 ‘수지타산을 못 맞추겠다’며 납품을 포기했다. 도시락 대신 상품권으로 대체하겠다는 지역도 나왔다. 이런 와중에 아이들이 오히려 밥을 못 먹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은 이번 파동을 지켜보면서 영양도 영양이려니와 ‘정성’이 없다는 사실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은 감수성이 예민할 수밖에 없다. 다른 아이들에게서 ‘점심을 받아먹는 아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을 바에야 차라리 굶기를 택한다. 이를 ‘낙인 효과’라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도시락이 부실해도 내색을 하지 않는다. 스스로 ‘점심을 받아먹는 아이’라는 낙인을 확인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아이들의 이러한 특성을 철저히 무시함으로써 빚어졌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부실한 도시락의 문제라기보다는 ‘이웃에 무관심한 우리의 자화상’이라는 게 맞을 것이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인력 확보 등 세심한 준비 없이 지원 대상만 늘려 혼선을 빚었다. 각 자치단체는 배달 담당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소홀했다.

지역 사회와 시민단체도 결식아동의 급식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도시락 납품업체는 잇속만 챙겼으며 시민들도 비판만 할 뿐 자원봉사에 나서지는 않았다. 결국 동심만 상처를 입은 것이다.

김근태(金槿泰) 복지부 장관은 최근 당정협의에서 “더 이상 아이들에게 낙인 효과가 나타나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말했다. 현재 복지부에서 마련 중인 대책이 아이들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살찌우는 것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상훈 교육생활팀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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