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기환]‘경제 올인’ 중요한건 실천이다

  • 입력 2005년 1월 4일 18시 42분


코멘트
노무현 대통령은 연말연시를 기해 2005년에야말로 국정에 있어 모든 우선순위를 경제에 두겠다고 수차 말했다. 지난 2년간의 경제악화로 고통을 겪고 있는 우리 국민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아직은 그 같은 대통령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2년 전 취임 때도 그와 유사한 말을 했고, 지난해 연두기자회견에서도 그런 말을 강도 있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까지 노무현 정부는 경제보다는 이른바 정치개혁에 치중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더해 대통령이 금년에는 경제에 올인(다걸기)하겠다고 말한 바로 그 시점을 전후해 정부와 여당은 경제 우선순위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일들을 많이 했다. 예컨대 대기업에 투자를 늘리라고 하면서 그들이 싫어하는 출자제한 조치를 존속시키기로 했다. 금년부터 시행되는 증권집단소송제와 관련해서는 기업인들이 과거 분식회계로 인한 소송만은 3년간 유예해 줄 것을 간곡히 탄원했다. 정부와 여당은 한때 그것을 수용할 것 같더니 결국 무산시켜 버리기도 했다. 또 지난 1년간 국민여론을 그렇게도 분열시켰던 수도 이전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도 단념하지 않고 오히려 특별행정도시니 행정중심도시니 하면서 내용상 수도이전과 큰 차이가 없는 대안을 추진하려 한다.

▼‘대통령의 약속’ 매년 반복▼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무엇을 해야 많은 국민이 그가 말하는 경제 우선정책을 믿고 따르겠느냐는 질문이 당연히 제기된다.

필자의 생각을 몇 가지 정리해 보기로 한다. 첫째, 금년에 경제가 되살아나려면 투자활성화가 가장 시급한데 이를 가로막는 규제들을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 예컨대 지금이라도 출자총액제한을 없애고 수도권 생산 시설의 신설을 억제하는 각종 규제도 풀어야 한다.

둘째, 많은 기업인들이 현재 크게 우려하고 있는 과거의 분식회계로 말미암은 집단소송에 대해서는 이제 와서 구태여 무산된 유예조치를 부활하려 할 것이 아니라 과거 모든 기업의 분식회계를 일정 기간 내에 기업 스스로 털어버린다면 대통령 긴급명령 등을 통해 그에 대해 대사면을 단행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경제가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없어짐으로써 우리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요, 외국인 투자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셋째, 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행정도시나 행정중심도시 등의 대안을 밀고 가기 위해 더 이상 시간과 국력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수도이전을 하려던 곳에 민간기업들로 하여금 하루빨리 기업도시를 건설토록 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기업의 투자가 왕성해지고, 또 충청지역에 많은 기업이 몰려들면 그것은 국토균형발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

넷째, 그동안 정부는 우리나라를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 왔는데 아직까지는 그 정책을 주로 몇 개의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고지식한 발상으로 정책목적을 달성하려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내외를 가릴 것 없이 모든 기업의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를 획기적으로 바꾸게 되면 우리나라 전체가 기업하기 좋은 곳이 되어 전국이 빠른 시일 내에 동북아 경제중심지가 될 것이다.

▼기업 아는 인물 정책참여를▼

마지막으로 강조할 점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전략이 수립돼도 그것을 추진하고 집행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으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노무현 정부에서는 주로 청와대 소속의 각종 위원회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그 집행만을 행정부처가 담당하다 보니 이 두 기구들 간에 많은 혼선이 생기고 있다. 이런 문제는 조속히 해소돼야 한다. 아울러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진용의 구성에 있어서도 되도록이면 기업인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을 전면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무쪼록 이 같은 필자의 제언을 반개혁적인 발상이라 생각하지 말고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주기 바란다.

김기환 서울파이낸셜포럼 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