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떠돌이 외야수’ 최익성 이번엔 SK로

  • 입력 2004년 12월 7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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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트레이드돼 6번째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저니맨’ 최익성. 2년차 유망주의 연봉보다 적은 5000만 원에 SK와 계약했지만 재기의 꿈이 있기에 그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사진 제공 스포츠투데이
1999년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트레이드돼 6번째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저니맨’ 최익성. 2년차 유망주의 연봉보다 적은 5000만 원에 SK와 계약했지만 재기의 꿈이 있기에 그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사진 제공 스포츠투데이
“아저씨, 왜 1인분은 안 되나요?”

7일 낮 대구 시내 식당에 들어간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저니맨’ 최익성(32). 여느 때처럼 혼자 식당에 가서 점심식사를 시켰지만 그가 메뉴를 부를 때마다 주인은 모두 “2인분 이상 시켜야 하는 메뉴”라며 고개를 저었다.

최익성은 “1인분이라도 해 달라”고 우겨 낙지볶음을 시켰지만 입에선 쓴 웃음이 절로 나왔다.

‘어휴, 언제까지 혼자 밥을 먹어야 하나.’

● 두산 롯데 빼고 다 뛰어봐

최익성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이 팀을 옮긴 선수다. 야구뿐 아니라 국내 스포츠를 통틀어도 그처럼 이적을 많이 한 선수는 없다.

삼성-한화-LG-해태(기아)-현대에 이어 올해 삼성으로 되돌아갔다가 방출된 그는 7일 SK와 연봉 5000만 원에 계약했다. 동봉철 이광길 이동수 등 다섯 번 이적한 선수들이 있었지만 여섯 번 이적한 건 최익성이 처음. 그가 뛰지 않은 팀은 두산과 롯데뿐이다.

● 프로구단서 세 번 잘린 셈

경주고-계명대 출신의 최익성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하고 1994년 삼성에 계약금 없이 연봉 1200만 원짜리 연습생으로 입단했다. 지난해엔 현대에서, 올해엔 삼성에서 방출당했다. 최익성은 “프로구단으로부터 지명받지 못한 것과 두 번 방출된 걸 합하면 세 번 잘린 셈”이라고 말했다.

● 1997년엔 20-20 클럽 가입

1997년과 1998년은 최익성의 전성기. 특히 1997년엔 22홈런 33도루로 ‘20(홈런)-20(도루)클럽’에도 가입하는 등 호타준족의 선수로 주목받았다. 일발 장타에 발이 빠른 데다 외야수로 어깨도 강해 팀 공헌도가 높았다.

1999년 노장진과 맞바뀌어 한화로 트레이드된 걸 시작으로 최익성의 ‘유랑생활’은 시작됐다. 2000년 LG, 2001년 해태(기아), 2002년 현대 등 매년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자신이 트레이드 대상으로 자주 떠오른 점에 대해 최익성은 “난 맞으면 맞고 아니면 아니다. 틀린 걸 맞다고 하질 않는다. 그런 강한 성격 때문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 만족감 들 때까지 할거야

“프로에 들어와 10년 넘게 운동하는 동안 경기에 나간 것보다 2군에서 보낸 세월이 더 많습니다. 2군 훈련을 끝내고 집에 들어가면 반 미친 사람이 됩니다. 벽을 보고 멍하니 앉아 있거나 TV만 봐요. 해마다 낯선 도시를 돌며 홀로 생활하다 보니 친구도 못 사귀고 여자친구는 더더욱 사귈 여유가 없었습니다. 매년 이사하는 건 참을 만한데 외로운 건 참기 힘들어요. 팀을 옮길 때마다 코치들이 그럽니다. ‘타격 폼을 바꿔야 한다고.’ 그런데 왜 못 바꾸는지 아세요? 내가 그 팀에 몇 년씩 있을 수 있으면 바꾸죠. 하지만 난 몇 경기 안에 승부를 내야 하는 선수입니다. 1군에서 몇 번 못 치면 바로 2군으로 쫓겨나니 나만의 타격 폼으로 성적을 내야 하는 절박함이 있습니다. 비록 여기저기 떠돌아다니지만 제게도 꿈이 있습니다. 내 자신에 대한 만족감을 느낄 때까지 야구를 하는 겁니다. SK에서 다시 잘리면 어떻게 하느냐고요? 또 다른 곳으로 가야지요….”

최익성 연도별 소속팀과 성적
연도성적
1994년삼성1경기 타율 0.000
1995년삼성3경기 타율 0.000
1996년삼성57경기 타율 0.252 4홈런 16타점 3도루
1997년삼성122경기 타율 0.296 22홈런 65타점 33도루
1998년삼성110경기 타율 0.262 13홈런 42타점 20도루
1999년한화68경기 타율 0.288 9홈런 26타점 11도루
2000년LG64경기 타율 0.257 2홈런 30타점 7도루
2001년해태→기아60경기 타율 0.252 4홈런 9타점 6도루
2002년기아→현대45경기 타율 0.280 1홈런 8타점 2도루
2003년현대33경기 타율 0.191 1홈런 5타점 0도루
2004년삼성18경기 타율 0.125 0홈런 3타점 0도루
통산 581경기 타율 0.269 56홈런 204타점 82도루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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