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2001년 美엔론社 보너스잔치

  • 입력 2004년 11월 29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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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1월 30일, 미국 에너지 기업인 엔론 경영진 수십명은 총 5500만달러의 보너스를 받았다. 이틀 뒤 엔론은 파산 보호신청을 냈다. 그해 10월에 발표된 엔론의 3·4분기 적자규모는 약 6억달러였다.

엔론측은 “핵심 인물이 떠나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회생을 위한 구조조정을 잘하려면 이들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보너스를 받은 임원 중에는 무능한 경영으로 파산에 이르게 한 사람들도 포함됐다. 일부는 곧 회사를 옮기거나 자신의 회사를 차려 보너스 지급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이때는 ‘엔론 스캔들’이 알려졌고 연루된 최고경영진은 대부분 사임한 이후였다. 사태를 추스르고 회사의 도덕성을 회복시켜야 할 사람들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비난이 일었다.

엔론 스캔들은 경영진이 회사가 파산 일보 직전인 것을 알면서도 회계조작으로 실적을 부풀려 주가를 띄우고 자신들은 그동안 주식을 팔아 이득을 챙긴 사건.

케네스 레이 전 회장 등은 1999년부터 2001년 중반까지 엔론 주식을 팔아 11억달러가량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90.56달러였던 주식은 0.26달러까지 주가가 떨어졌다가 2002년 1월 상장 폐지되면서 휴지조각이 됐다.

이후 월드컴 머크 등 거대 기업의 분식회계가 연이어 드러났다. 타이코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였던 데니스 코즐로스키는 총 1억3500만달러의 회사 돈을 횡령해 호화판 생활을 해 온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의 집에 있던 우산걸이는 1만5000달러짜리였다. 그는 탈세 혐의로 기소됐고 2002년 6월 사임했다.

예일대 경영대학원 제프리 가튼 학장은 저서 ‘부의 혁명’에서 “엔론 사태는 미국 자본주의 도덕성을 한순간에 훼손했다”며 “비즈니스 리더는 이익집단을 뛰어넘어 공공의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영향력 있는 억만장자 25명’을 발표했다. 기준은 혁신적인 창업이나 축적한 재산으로 사회 정치 문화적 변화에 어떤 기여를 했느냐는 것. 에이즈 퇴치 사업 등에 270억달러를 기부한 빌 게이츠가 1위였다. 억만장자라도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역할이 없으면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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