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2004메이저리그 ‘the good&the bad’

  • 입력 2004년 11월 19일 18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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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투혼’ 뒤엔 페어플레이 있었다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4회 피로 물든 ‘블러드 삭스’를 점검하는 커트 실링. 동아일보 자료사진
‘핏빛 투혼’ 뒤엔 페어플레이 있었다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서 4회 피로 물든 ‘블러드 삭스’를 점검하는 커트 실링. 동아일보 자료사진
‘사각의 정글’에 비견되는 승부의 세계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함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른쪽 발목 인대 수술을 한 뒤 올 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핏빛 투혼’을 불사른 커트 실링(보스턴 레드삭스).

발목 살갗을 찢어 다친 힘줄을 안쪽 조직과 함께 꿰매 고정시키고 마운드에 오른 그의 모습, 그리고 경기 중 상처가 터져 피로 벌겋게 물든 양말은 전 세계의 팬을 감동시켰다. 보스턴이 86년 묵은 ‘밤비노의 저주’를 털어내고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기에 실링의 투혼은 더욱 빛났다.

그러나 실링이 엮어낸 ‘가을의 전설’은 혼자 힘만으로 성취한 것은 아니었다. 수술을 했다지만 성치 않은 그의 발은 ‘아킬레스건’.

역사엔 가정이 없다지만 만약 상대 팀이 그 약점을 집중 공략해 투수 앞 번트를 계속 시도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다친 오른발 때문에 반응이 늦을 수밖에 없었던 실링으로선 곤혹스럽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뉴욕 양키스와 세인트루이스는 상대팀 투수의 아킬레스건을 후벼 파는 ‘추태’는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평상시와 다름없는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며 기꺼이 패배를 감수했다.

리그 챔피언십과 월드시리즈 같은 큰 타이틀이 걸린 경기에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해 이겨야 할 판에 이 같은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은 일. 진정한 스포츠맨십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팬폭행… 자해… 수비방해 ‘눈살’

이에 미국 세계적인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최근호에서 뉴욕 양키스와 세인트루이스를 올 메이저리그 페어플레이의 주인공으로 소개하고 경의를 표했다. SI는 이 밖에도 페어플레이와 비신사적 행위의 사례를 들었다.

●페어플레이 (the good)

세인트루이스의 레지 샌더스는 7월 15일 니컬러스 오브라이언이란 네살짜리 어린이가 20대 관중에게 파울볼을 빼앗긴 뒤 울음을 터뜨리자 관중석으로 뛰어올라가 자신의 방망이와 야구공을 줬다. 이에 상대 텍사스 레인저스 선수들도 케빈 멘치의 방망이와 놀란 라이언의 사인볼을 어린이에게 전달했다.

10월 11일 세인트루이스가 LA 다저스를 3승1패로 꺾고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뒤 양 팀 선수들이 악수를 하며 서로를 격려한 것도 페어플레이로 선정됐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프로답지 못하다고 했지만 대부분의 관중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비신사적 행위 (the bad)

정규시즌 막판이던 9월 텍사스 투수 프랭크 프란시스코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관중에게 의자를 집어던져 여성 팬의 코를 부러뜨리고 LA 다저스 외야수 밀턴 브래들리가 자신에게 물병을 던진 홈팬에게 병을 되던진 게 SI가 꼽은 대표적인 비신사적 행위.

클럽하우스 벽과 선풍기, 전화기를 주먹과 발로 차다 골절상을 입은 뉴욕 양키스 투수 케빈 브라운, 시카고 컵스 투수 카일 판스워스, 세인트루이스의 훌리안 타바레스 등도 마찬가지.

또 뉴욕 양키스 내야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정규시즌 때는 보스턴 브론슨 아로요의 공에 맞은 뒤 포수 제이슨 배리텍에게 욕설을 하다 두 팀의 몸싸움을 일으켰다. 이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6차전에선 1루로 달리면서 아로요의 팔목을 후려쳐 다시 한번 망신을 당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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