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朴-金 체제’ 야당 역할 제대로 하라

  • 입력 2004년 5월 19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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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김덕룡 의원을 17대 국회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김 대표는 “원내정당, 정책정당화를 지향하면서 안정 속의 개혁과 상생(相生)의 정치를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바른 방향이다. 국민은 달라진 정치, 달라진 야당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박근혜 당대표가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과 상생의 정치를 하기로 합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민은 솔직히 기대 반, 걱정 반이다. 투쟁보다 경제와 민생을 앞세운 박 대표의 행보에 한 가닥 희망을 갖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야당이라면 여당과는 다른 정체성과 비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민생도 챙겨야 하지만 거대 여당의 독주를 감시, 견제할 수 있는 사명감과 도덕적, 지적(知的) 힘, 그리고 전략이 있어야 한다.

개혁만 하더라도 그렇다.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이 취임 회견에서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한 일련의 개혁과제들이 과연 그처럼 시급한 것인가. 경제위기를 놓고도 위기가 아니라는 여권의 안이한 인식, 안보환경을 바꿀 주한미군 감축과 한미동맹관계의 질적 변화, 이라크 파병과 같은 문제들이 더 급하고 중요한 현안 아닌가. 명색이 집권 여당이 정작 이런 국가적 중대사에 대해서는 ‘당력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2007년에는 반드시 집권하겠다”고 다짐한 야당이라면 여권의 이런 무소신, 무책임, 무능력을 질타하고 대안을 내놓기 위해 밤잠 안자고 고민해야 한다. 총선이 끝난 지 한달이 넘었지만 한 일이라곤 김혁규 전 경남지사의 국무총리 지명 반대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와서야 되겠는가.

국민은 야당의 분명한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민생 챙기기와 야당의 책무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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