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하고 싶다" 이태백 취업기원 졸업파티

  • 입력 2004년 3월 1일 14시 04분


"나는 일하고 싶다"

지난달 28일 토요일 저녁 신촌 한 클럽에서 이제 막 사회인으로서의 준비를 마친 대학졸업생들이 앞으로의 걱정을 잠시 뒤로 한채 '취업기원주(酒)'를 들고 큰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대학문을 나서며 바로 실업자-백수가 된 이들이 여기에 한자리에 모일수 있었던 것은 실업극복국민재단과 전국백수연대가 공동으로 개최한 '취업기원-백수탈출 졸업파티' 덕분.

이날 파티는 참가자와 행사의 성격을 반영하듯 취업을 기원하는 퍼포먼스, 취업 사주보기, 나의 직업유형 알기 다양한 코너들이 마련됐고 취업기원주를 비롯 간단한 음료가 무료로 제공됐다.

실업극복국재단의 최관묵 팀장은 "캠퍼스 분위기가 예전과는 다르게 좋지 않다. 졸업은 취업과는 상관없이 축하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졸업생에게 축하파티를 열어주고 취업활동하는데 힘내라는 뜻"이라고 이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오륙도(56세까지 다니면 도둑), 사오정(45세가 정년), 이런 말들이 이제 익숙해져 있는 가운데 청년실업률이 높아지며 나온 신조어가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이구백(20대 90%가 백수).

취업사주를 보고 일어서던 김병식씨(26.고시준비생)는 "답답한 기분이 사라지고 후련한 기분이다. 올해 운이 노력만 한다면 좋은 결과가 따른다고 했다"며 웃었다.

참가자 이모씨는 "여기 와 보니까 나 혼자만 어려운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좀 위안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감색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매일 구직광고를 보느라 펼치는 신문속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를 들여다 보고 자유로워진다는 내용의 퍼포먼스(연극 한영애)를 시작으로 그 열기는 더해만 갔다.

졸업때 가장 받기 싫은 선물,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알아 맞추기도 진행됐다. 각각 1위는 '마음의 선물'과 '취업했니'라는 말이라고.

이런 행사에 참석한 이들의 속마음이야 편치 않겠지만 젊은 이들이 모인 클럽의 분위기는 이어지는 힙합공연팀의 흥겨운 비트에 맞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밤 10시가 넘도록 계속됐다.

최관묵팀장은 "이 행사가 일회성 이벤트로만 비쳐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젊은 구직자들이 원하는 것을 듣고 전할 수 있는 통로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허희재 동아닷컴기자 sell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