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강순희/'미래의 직업' 찾아나서자

입력 2003-12-16 18:33수정 2009-10-1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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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고용정보원이 최근 발간한 ‘2004 학과정보’에 따르면 법학과 등 전통적으로 인기 있는 학과의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사범계열이나 공학계열의 취업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장인을 대상으로 5년 후 일자리 전망을 조사한 결과 지금 인기학과보다는 특수교육학과 간호학과 응용예술과 컴퓨터통신학과 등이 더 유망할 것으로 나타났다.

▼변화하는 직업세계 대비해야 ▼

이런 현상은 실제 노동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국가고용정보망인 워크넷(www.work.go.kr)의 구인구직 통계에 따르면 10월 기준으로 청년층과 고학력자의 경우 영업사무, 제품조립, 기계공학, 토목설계, 생산 및 품질관리 등의 직종은 일자리는 많지만 사람이 모자라 취업이 용이한 직종이다. 이들 분야의 전공을 선택했다면 요즘 같은 청년실업난 속에서도 비교적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현실은 우리 사회 직업관의 변화를 의미하는 초기 시그널로 볼 수 있다. 미래의 직업 세계는 세계적으로 디지털기반 서비스화 및 소프트화를 큰 흐름으로 해서 변화할 전망이다. 당장은 정보기술(IT) 교육 문화 예술 보건 관련의 직업이 일자리나 수입 면에서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현재 우리나라의 만 15세부터 29세까지 청년층 실업률이 8%를 기록해 전체 실업률의 두 배를 넘었다. 청년 취업난은 인력 수요보다 공급 쪽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경제가 호전되더라도 쉽게 완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신규 노동시장 진입자 가운데 전문대졸 이상의 비중이 90년 35.6%에서 지난해 75.4%로 증가한 것에서 보듯 고학력자의 공급이 지나치게 빨리 늘고 있다. 더욱이 대학의 교과과정은 산업현장과 따로 놀고 있으며, 정작 인력이 필요한 이공계 분야는 학생들이 기피하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자연계 지원비율이 98년 42.4%에서 지난해 26.9%로 낮아졌다. 이렇듯 대졸자의 과잉공급과 질적 및 분야별 수급불일치가 청년 실업난의 주요 원인인 것이다.

이런 현실이 시사하는 바는 앞으로 대학이나 학과 선택을 앞둔 청소년이나 수험생들은 ‘졸업=실업’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취업시장의 변화를 고려해 진로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의 인기나 유행을 떠나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할 5년이나 10년 뒤의 노동시장 변화를 살펴야 한다. 의대 진학을 위해 이공계 합격을 포기하고 재수를 선택하는 학생이 많다고 하는데 이미 의료시장의 포화상태와 수입 감소가 나타나고 있음을 감안할 때 6, 7년 뒤면 이는 아주 잘못된 선택이었음이 증명될 수도 있다.

다행히 최근 진로 및 직업, 학과 선택과 관련된 정보가 풍부하게 나오고 있다. 워크넷에서는 학과별 취업전망뿐 아니라 우리나라 1만여개의 직업을 수록한 ‘한국직업사전’, 직업의 향후 전망을 담은 ‘한국직업전망’ 등의 자료를 볼 수 있다. 한국직업정보시스템(http://know.work.go.kr)에서는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갖춰야 할 역량과 그 직업의 전망을 제시하고 있으며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미래의 직업세계 2003’도 학과별 진출 분야 및 직종을 자세히 담고 있다.

▼대학-학과선택 ‘옛기준’ 무의미 ▼

미래의 직업세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청소년 단계에서부터 노동과 직업, 직장세계 등에 대한 체계적인 지도와 학습이 필요하다. 현재 직업사전에 나온 한국의 직업 종류는 1만여개에 이르지만 얼마 전 고등학생 대상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이 희망하는 직업의 수는 272개에 불과했다. 그나마 응답자의 50%는 변호사 의사 교사 등 전통적인 17개 직업을 집중적으로 선호했다.

학교는 진로와 직업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위해 관련 교과과정을 마련하고, 전담교사의 전문성을 제고해야 한다. 아울러 학부모들도 변화하는 직업의 세계에 대해 공부해 가정에서 적절하게 지도할 필요가 있다. 청년실업은 가정 및 사회와 학교, 국가와 개인 모두의 체계적인 대응을 통해서만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강순희 중앙고용정보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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