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민병진/'서번트 리더'를 기다리며

  • 입력 2003년 12월 12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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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지 10개월이 지난 지금, 눈에 보이는 어떤 현상도 귀에 들리는 어떤 소식도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됐다. 그것이 부패한 과거로부터 투명한 미래로 가는 과도기적 부작용이라면 다행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현상이 어느 개인이나 조직의 이해관계에 의한 전략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면 한국의 미래는 걱정스럽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도덕성 회복과 경제발전을 이뤄낼 지도자, 그를 믿고 따를 국민, 그리고 하늘의 도움인 듯하다. 지도자는 ‘서번트 리더(Servant Leader)’라야 한다. 서번트(종)의 본분은 주인을 섬기는 것이고, 지도자의 역할은 조직이나 조직원을 올바로 이끄는 것이다. 이 점에서 서번트 리더란 조직과 조직원을 극진히 섬김으로써 지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다.

지금 한국은 거대한 정신병동화하고 있는 느낌이다. 청소년은 교육문제로, 청년은 취직문제로, 근로자는 해고당할까봐, 기업인은 경영이 어려워서 고통 받고 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한국을 떠나려 한다. 그러나 정부 당국의 대응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만 하다. 정책담당자들은 과연 국민과 절실한 대화를 나눠봤을까? 과연 그들은 국민을 위해 고민을 할까?

이제 서번트 리더가 나올 때가 됐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미국 대통령은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라는 말로 모든 힘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통치철학을 설파했다. 마틴 루서 킹 목사는 ‘나에게는 꿈이 있다’는 연설을 통해 흑인에게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이들은 국민을 위한 종이 됐고 국민의 힘을 에너지로 승화시켰으며 국민에게 구체적인 미래를 내놓았다.

물론 한국에도 몇 척의 남은 배로 왜적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 홀몸으로 국가분단을 막아보려다 암살당한 김구 선생, 자신의 몸을 던져 부하들을 살린 강재구 소령 같은 리더들이 있었다.

서번트 리더십은 총알처럼 회전하는 머리나 말, 지식으로는 얻어지지 않는다. 국가와 대의를 위해 자신을 최대한 희생할 때만 생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뜨거운 가슴과 미래를 보는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한국에도 그런 서번트 리더가 한 명쯤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민병진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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