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장영수/특검수사 흔들 생각 마라

  • 입력 2003년 12월 7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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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측근 비리 특별검사법이 국회 재의결을 통해 확정됨으로써 이를 둘러싼 대통령과 야당의 갈등은 야당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로써 특검 문제가 종결됐다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문제의 시작이다.

평소 특검 제도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던 검찰이 특히 이번 특검에 대해서는 검찰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특검법의 발효 후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문제는 특검법 자체의 정당성을 둘러싼 시비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특검법이 검찰권에 대한 침해라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비춰볼 때 특별검사가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검찰과의 유기적 협조가 잘 이뤄질 것인지는 불투명하다고 하겠다.

▼정치권 ‘입김’ 자제해야 ▼

검찰이 특검을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이번 특검법 제정에 관한 논란에서도 지적된 것처럼,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그것도 수사의 미진이나 수사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의혹이 제기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별검사에게 수사를 넘기도록 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검찰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의 정당성을 부정하고, 나아가 특검에 대해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할 경우에는 검찰이 자신의 독점적 수사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의 요구를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검찰은 특검을 막으려 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검찰이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항상 엄정한 수사를 한다는 신뢰를 국민 속에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검찰에 대한 불신이 결국 또 다른 특검 요구로 연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몇 차례의 특검을 돌이켜 보건대 특검 수사를 통해 검찰에 의해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검찰은 되새겨야 한다.

이번 특검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 실시된다는 점 때문에 수사 결과가 미칠 정치적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특검 수사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시키기 위해 특검 수사의 시기와 방법 및 내용에 대해 직간접의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특검의 가장 큰 의미는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사실 한시적으로 임명된 특별검사와 그를 보조하는 몇몇 수사관들의 수사력이 방대한 조직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검찰의 역량을 능가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몇 차례 특검이 성과를 냈던 것은 권력의 영향력을 벗어나 객관적 수사를 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번 특검도 마찬가지다. 특별검사가 수사를 하면서 대통령의 눈치를 보게 된다면 측근비리에 대한 공정한 수사는 불가능하다. 거꾸로 야당의 입김을 받는 경우에도 수사의 객관성은 상실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특검 수사의 공정성을 위해서는 대통령과 야당 어느 쪽의 영향도 받지 않도록 중립성과 독립성이 철저하게 보장돼야 한다.

대통령과 야당 역시 특검 수사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자제해야 한다. 특검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대통령이나 야당은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한 타격보다는 특검 수사에 개입함으로써 진실을 왜곡시키려 할 경우의 타격이 훨씬 더 클 것이기 때문이다.

▼특검 생명은 정치적 독립 ▼

특검 수사는 특검법 제정을 주도한 야당을 위한 것도 아니고, 특별검사 임명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을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특검법 제정의 정당성은 국회에 입법권을 위임한 국민의 의사에서 찾을 수 있으며,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것 또한 국민을 대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특검 수사의 정당성은 오로지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따를 때만 확보될 수 있다.

특검 수사의 목적은 국민을 위해 국정과 관련된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것이다. 그것이 특검의 본질이고 생명이라고 할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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