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플라자]‘자산관리 개인비서’ 일임형 랩어카운트 고르기

  • 입력 2003년 10월 29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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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사 수익증권이 기성복이라면 일임형 랩 어카운트(Wrap Account) 상품은 맞춤복.’

투자자가 수익증권 펀드에 가입하려면 어떤 펀드가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는지 골라야 하지만 랩 어카운트상품은 자신의 체형(투자성향과 투자목적)에 맞게 아예 ‘나만의 투자펀드’로 변신한다. 두 상품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랩 어카운트는 증권회사 전문가들이 고객의 돈을 맡아 운용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종합자산관리 상품. 증권사가 알아서 투자자에게 적합한 투자전략을 세워 자산을 대신 운용해 준다.

종전의 자문형 랩 서비스에서는 고객이 최종 투자결정을 내렸지만 일임형 랩상품은 증권사가 투자결정을 직접 내린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수익증권펀드와 일임형 랩 상품 중 어디가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결국 투자성과로 우열을 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일단 다양한 랩 어카운트 상품을 선보였다. 어떤 회사, 어떤 유형의 랩 어카운트 상품을 고르기 전에 몇 가지 알아둬야 할 포인트를 정리해 봤다.

▽믿을 만한 증권사인가=증권사는 고객과의 상담 결과를 통해 랩을 운용할 전문가와 상품을 추천한다. 이때 고객의 투자성향에 부합하는 상품과 투자 목표를 제시하는 능력이 랩 어카운트의 성패를 결정하는 요소다. 예컨대 무조건 높은 목표수익률을 제시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목표수익률이 높을 수록 투자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관리 감독이 철저한가=일임형 랩 상품은 투자결정을 운용전문가가 직접 내린다. 수익률이 나빴을 때 고객과의 분쟁 소지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높은 수익률에만 치중할 경우 무리한 단타매매로 고객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초기 랩 어카운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수익률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운용전문가에 대한 증권사의 관리 감독 능력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추천 종목의 내용을 잘 살펴봐야=주식의 경우 어떤 종목을 추천하고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증권사들은 30여개의 종목으로 짜여진 모델 포트폴리오(자산배분)를 고객에게 제시하고 ‘고객과의 상담을 통해 투자종목을 배분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추천종목의 구성은 해당 증권사의 리서치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화려한 운용실적은 참고사항 정도로만…=주식운용에 따라 승부가 나는 만큼 증권사들은 최근 2∼3년간 준비해 온 모의 운용 성적을 ‘자랑스럽게’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높은 수익률을 낸 전문가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낸 경험이 있는 운용전문가가 훨씬 낫다. 전년도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펀드에 가입한 다음 만기 때 운용수익률을 봤더니 평가기간 동안 시장 평균수익률보다 밑도는 실적을 낸 펀드가 상당수 된다는 게 미국의 연구결과이기도 하다.

▽가입한 다음이 더 중요=일임형 랩은 고객과의 사전협의를 전제로 자산운용의 권한을 전문가에 맡기는 상품이다. 투자결정을 내리는 것은 고객이 아니라 증권사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상품은 가입한 다음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투자 내용은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계좌에 편입된 종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증권사에 종목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자산 운용상황을 수시로 점검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일임형 랩어카운트 5社5色▼

30일 현재 일임형 랩 어카운트 서비스를 시작한 증권사는 삼성 LG투자 대우 미래에셋 동원 등 모두 5개사다. 고객의 자산을 한 계좌에 넣어 관리하고 전문가가 고객의 위임을 받아 각종 투자자산에 투자한다는 점은 같지만 구체적인 상품 유형과 수수료, 내세우는 강점 등은 다르다.

▽삼성증권의 ‘삼성 랩’=직접투자형과 간접투자형 상품이 있고 간접투자형은 다시 고객의 위험 성향에 따라 안정형 중립형 공격형 등 세 종류로 나뉜다. 상품 유형이 결정되면 회사의 운용 전략과 기준에 따라 자산이 운용되지만 고객의 요구사항도 일부분 반영된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직접투자형은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에 투자한다. 수수료는 자산 크기에 따라 분기마다 선취(분기 시작과 함께 징수)한다. 자산 1억원 이하의 수수료는 0.8%, 5억원 이하 0.7%, 10억원 이하 0.6%, 10억원 초과는 0.5%다.

간접투자형은 각종 펀드에 투자한다. 수수료는 예탁자산 5억원 미만은 0.4%, 5억원 이상은 0.3%다. 안정형은 ‘시장 중립화’ 투자 전략을 활용해 시장의 등락에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한다. 중립형은 내재가치가 좋은 우량주에 주로 투자한다. 위험이 높더라도 큰 수익을 기대하는 고객(공격형)은 성장성이 높은 종목에 주로 투자한다.

▽LG증권의 ‘WM 랩’=모두 네 종류의 상품이 있다. 애널리스트들의 종목 분석을 토대로 투자하는 코아 플러스형과 밸류 플러스형, 주식시장의 추세를 따르는 마켓 플러스형, 고액 자산가를 위한 1대1 맞춤형인 노블리스가 있다.

코아플러스형은 애널리스트와 매니저가 엄선한 5, 6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으로 운용된다. 1개월 단위로 종목을 조정한다. 밸류플러스형은 10여개 우량종목으로 분산해 투자한다. 주로 저평가된 가치주에 장기투자하는 전략을 쓴다.

마켓플러스형은 종합주가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주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고 일부는 소수 우량주에 투자한다.

고객은 랩 수수료 이외에 추가 비용을 내지 않고 전문가들의 세무 법률 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수수료는 자산의 평균잔액을 기준으로 분기마다 후취(분기가 끝난 뒤 징수)하며 주식형 자산은 분기별 0.75%, 채권형 자산은 0.025%다.

▽대우증권의 ‘마스터 랩’=고객의 투자 성향에 맞춰 맞춤형 리서치형 인덱스형 안정형 혼합형 추세형 등 모두 6가지 종류의 상품이 있다.

맞춤형은 고객 개개인의 투자성향을 최대한 반영해 적절한 투자대상과 투자비율을 결정하도록 설계됐다. 리서치형은 대우증권 모델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자산운용팀이 저평가 종목 중심으로 투자한다.

인덱스형은 ETF에 의무적으로 80% 이상을 투자해 수익률이 ‘코스피200 지수’ 수익률을 따라가면서 동시에 시장 변동성을 활용해 추가수익을 확보하는 전략을 쓴다.

안정형은 주식과 선물을 이용해 주가 등락에 상관없이 채권금리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 혼합형은 고수익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주식은 물론 투자금의 일정 부분을 채권으로 운용한다. 추세형은 주식시장 시황 및 테마를 기반으로 상승 종목 위주의 적극적인 자산배분전략을 추구한다.

개인의 최소 가입금액이 1000만원으로 다른 회사보다 낮다. 투자유형별로 연 1.5∼2.5%의 수수료를 월별로 후취한다.

▽미래에셋의 ‘맵스 랩’=상품은 주식투자 비율에 따라 1∼5단계로 나뉜다. 이자소득형(주식에 10% 투자) 안정형(30%) 안정성장형(50%) 성장형(70%) 자산배분형(0∼100%) 등이다.

업계 최로로 도입한 머니 매니저 5명으로 구성된 고객자산운용팀(일임형 랩 어카운트 전담부서)이 운용한다. 수수료는 주식 자산의 연 3%, 채권 자산의 연 0.1% 내외로 분기마다 후취한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기보다 고객 자산관리에 중점을 둬 운용한다.

지점의 금융자산관리사들이 고객과 상담해 투자성향 분석, 재무설계, 주기적인 성과측정과 투자조정을 한다. 고객자산운용팀은 투자정보팀과 리서치센터에 자문해 고객 자산을 운용한다.

▽동원증권의 ‘트루 프렌드 랩’=상품은 적극투자형, 수익추구형, 안정수익형, 안정선호형, 위험회피형 등 5가지다. 수수료는 주식 자산의 경우 연 3%, 수익증권 등은 연 0.04%다. 가입 후 6개월이 지나지 않아 해지하면 평균잔액의 0.1%를 해지수수료로 낸다.

고객은 투자성과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에 투명성이 높다. 고객 개개인의 특성에 부합하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하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수익증권에 비해 소규모로 운용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할 수 있고 시장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리서치본부가 자산배분전략 및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고 예수금은 머니마켓펀드(MMF)에 자동 투자되는 등 차별화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동원증권은 “자산관리가 필요한 고액 자산가들을 상대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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