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토론마당]신용카드 규제정책 번복

  • 입력 2003년 10월 7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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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안적 해법…카드 빚 폐해 못막아▼

남편의 지인이 최근 신용카드 빚 때문에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불어나는 카드 빚의 변제를 위해 사채를 동원했지만 이번에는 그 사채의 이자가 공룡처럼 불어난 것이다. 멀쩡한 사람을 자살로까지 몰고 간 카드 빚의 원천은 따지고 보면 무분별한 소비를 부추긴 정부 정책과 카드사의 상술에 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정부가 조령모개식으로 신용카드 정책에 혼선을 야기하고 있으니 분통이 터진다. 신용카드로 인해 많은 가정이 풍비박산이 난 상황에서 정부가 경기부양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카드사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은 숲은커녕 나무도 보지 못하는 좁은 식견이 아닐 수 없다. 신용카드 정책을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한다면 결국은 신용카드 빚으로 인한 피해만 늘어날 것이다.

황복희 대전 동구 성남2동

▼가계부실 부추겨 성장잠재력에 부담▼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중소벤처기업 대표 13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하면서 “성장잠재력에 부담을 주는 경기부양책은 아무리 급해도 절대 쓰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가계부실을 부추기고 잠재적 신용불량자를 더욱 늘려 성장잠재력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사 규제 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이 정책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절대’ 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강조한 내용이 불과 며칠 만에 그와 상반된 정책으로 현실화됐다는 것 자체가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의심케 하는 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의 이번 카드사 규제 완화 조치는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경제 불안정을 부추길 뿐이다.

임지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용카드 남발 위험성 아직도 모르나▼

정부가 소비 활성화를 통한 경기 부양을 위해 신용카드사 현금서비스 규제를 다시 풀기로 한 것은 어처구니없는 오판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현 정부는 과거의 정책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외환위기 직후 경기가 급반등한 뒤 다시 내림세를 보이자 당시 김대중 정부는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는 과정에서 카드사 규제를 완화했다. 그로 인해 반짝 경기가 살아나는 듯했지만 결과는 지금의 극단적인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특히 부동자금이 300조원을 넘는데도 소비가 힘을 잃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느슨한 대출 관리를 허용한다면 부실채무를 증가시킬 것이고, 한국 경제는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신용카드 남발의 위험성을 깨닫고 카드사 규제 완화 조치를 재고해야 할 것이다.

유치상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서두동

▼금융 유동성 숨통…경기활성화 기대▼

은행에서 여신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카드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현금서비스 한도를 축소하다보니 멀쩡한 사람도 돌려막기를 하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지금은 경기회복 지연으로 카드사들의 정상화가 늦어지면서 ‘제2의 카드대란’마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정부가 규제 완화 조치를 한 것은 카드사의 유동성 위기가 은행 신탁 금융기관 등으로 연결돼 금융시장 전체의 위기로 파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다행이라고 여겨진다. 지금 한국 경제는 저조한 기업투자와 민간소비 위축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2·4분기 성장률은 1.9%에 머물렀다. 카드 규제 완화로 민간소비가 늘고 이에 따라 경기도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카드 규제 완화가 순기능을 해 경제 활성화의 윤활유가 되었으면 한다.

이미경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종동

▼독자토론 안내▼

다음주 ‘독자토론마당’ 주제는 ‘밤거리 포장마차 영업’입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7월 현재 포장마차 등 노점은 1만5800개로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급증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시는 특히 기업형 포장마차가 밤거리를 점령하고 있다며 불법 노점행위에 대한 벌과금을 현재 최고 5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리고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서울노점상연합측은 일부 기업형 포장마차를 제외한 대부분 포장마차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생계형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보내주십시오.

참여하실 독자는 의견을 500자 정도로 정리해 다음주 월요일(10월 13일)까지 본사 기획특집부로 팩스(02-2020-1299)나 e메일(reporter@donga.com)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실명(實名)과 주소, 전화번호 등 정확한 연락처를 명기하시기 바랍니다. 채택된 글에 대해선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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