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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15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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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명분은 비서진이 ‘잿밥’(정치)에 관심이 쏠려 국정운영을 소홀히 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역 의원 신분이던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은 총선에 나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청와대에 들어왔고, 지난해 8·8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셨던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도 ‘나는 총선에 안 나간다’고 여러 차례 다짐했다.
하지만 이미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쓸 예정인 청와대 직원은 이해성(李海成) 홍보수석과 정무수석실 비서관 3명을 포함해 모두 5, 6명이나 된다.
이 수석은 당초 청와대에 들어올 때부터 ‘총선 출마용’이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고 문학진(文學振) 정무1비서관과 박재호(朴在昊) 정무2비서관, 박기환(朴基煥) 지방자치비서관도 ‘키워서 선거에 내보내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다.
노 대통령의 공언과 달리 정작 이들에게 청와대는 총선 출마를 위한 ‘경력 쌓기’의 기회였던 셈이다.
문제는 총선에 출마할 비서관들이 포진해 있는 부서일수록 가뜩이나 시스템 부재란 비판을 사왔던 청와대 내에서도 정무수석실이 유달리 어수선한 곳으로 지목받아 왔다는 점이다. 특히 6명의 비서관 중에서 3명이 오래 전부터 총선 출마를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져 일이 제대로 굴러갈 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 청와대 내에서는 이들 비서관이 총선 출마를 위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는가 하면 지역구 관리에 신경을 쓰느라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잦다는 뒷말이 입에서 입으로 나돌았다.
이런 정무수석실에 노 대통령은 이번 인사에서도 3명의 비서관을 자신과 ‘코드’가 잘 맞는 386인사로 전진 배치했다. 공교롭게도 이들 역시 한때 자천타천으로 모두 총선 출마설이 나돌던 인물들이다. 정무기획비서관에 내정된 천호선(千晧宣)씨는 서울 송파 출마를 저울질했고, 서갑원(徐甲源) 정무1비서관 내정자와 김현미(金賢美) 정무2비서관도 청와대 안에서 출마 유력 인물로 거론됐다.
이 때문에 청와대 일각에서는 “연말이나 내년 초에 2차로 총선 출마자를 내보낼 때 차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나 “앞으로 총선에 나갈 사람은 더 이상 없다”는 청와대측의 다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싶은 심정이다. 나라살림이 제대로 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최영해 정치부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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