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바둑 한판의 운명을 바꾼 '묘수 빅3'

  • 입력 2003년 7월 25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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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수는 바둑의 꽃이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터져 나오는 묘수 한 방은 바둑 한 판의 운명을 바꿔놓는다. 한국기원이 최근 발간한 '2003 바둑연감'에서 프로기사 김성룡 7단이 2002년 하반기부터 2003년 상반기까지 나온 묘수를 정리해 선보였다. 이중 3개를 엄선해 소개한다.》

▼한 수로 양축을 성립한 '천재일우手' ▼

◇제6기 SK가스배 신예프로10걸전/백 허영호 초단 흑 주형욱 2단/149수 끝 흑 불계승

백은 좌하귀와 우상귀 양쪽에 축이 걸려 있다.

백 1은 양쪽의 축머리로 활용하겠다는 뜻. 흑에 대책이 없어 보이는 순간 흑 2가 기막힌 묘수다.

이 한 수로 양쪽 축이 모두 성립된다.

백은 3으로 반대편에서 공작을 해보지만 흑 4가 흑 2와 똑같은 의미의 묘수.

바둑돌이 마치 공중에서 춤을 추는 듯하다. 어떻게 축이 되는지는 직접 바둑판 위에 놓아보면 알 수 있다. 결국 백은 참고도처럼 타협했지만 흑은 양쪽을 모두 해결해 우세를 확립했다.


▼축으로 몰아 우하귀를 잡은 '뚝심手' ▼

◇KAT배 전남-전북 1장전/백 홍장식 4단 흑 이세돌 6단/211수 끝 흑 불계승

흑 1의 단수를 본 검토실 기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축이 안 되는데 축으로 몰고 나간 것.

이세돌 6단(당시)이 계속 축을 몰고 나가자 기사들은 ‘단단히 착각한 모양’이라고 했으나 흑 7을 보고 무릎을 쳤다.

이 6단의 깊은 수읽기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백은 참고도 1로 뻗을 수밖에 없다.

이 6단은 계속 축을 몰고 나와 결국 우하귀 백을 모두 잡았다.

축을 몰고 나온 흑의 손실도 컸지만 백을 잡은 이득이 훨씬 컸다.


▼완벽히 갇힌 포위망 뚫은 '구사일생手' ▼

◇제36기 국수전 패자1회전 /백 서봉수 9단 흑 이재웅 초단/206수 끝 백 불계승

흑 하변 대마가 백의 포위망에 완벽히 갇힌 것처럼 보인다.

흑은 후수 한집밖에 없는 상태여서 탈출로를 찾지 못하면 앉아서 죽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흑 1의 옆구리 붙이기가 백의 아킬레스건을 정확히 맞힌 수였다. 서봉수 9단은 참고도 백 1처럼 밖으로 젖혀 봤지만 흑 14까지 좌하변 백이 크게 잡혔다. 그러나 후반에 흑이 큰 실수를 해 백이 역전승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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