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러키보이’ 벤 커티스…1언더로 브리티시오픈 우승

  • 입력 2003년 7월 21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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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

외신들은 21일 토마스 비요른(덴마크)과 비제이 싱(피지)을 1타차로 누르고 합계 1언더파로 제132회 브리티시오픈 정상에 오른 벤 커티스(26·미국)를 이렇게 표현했다.

‘실력이 아닌 운으로만 우승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쩔쩔 맨 로열 세인트조지스GC(파71)에서 나흘 내내 운으로 버티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외신들이 말한 첫 번째 행운은 커티스의 이번 대회 출전권 획득. 브리티시오픈 조직위원회가 대회 개막 2주전 열리는 미국PGA투어 정규대회 상위 입상자 8명에게 출전권을 주기로 한 것은 올해가 마지막이었다.

커티스의 2주전 대회인 웨스턴오픈 성적은 공동 13위. 하지만 우승자 타이거 우즈와 마이크 위어(캐나다), 짐 퓨릭(미국) 등 이미 올 브리티시오픈 자동 출전권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대거 상위권을 차지하는 바람에 8장의 티켓 중 한 장이 커티스에게 배정된 것이었다.

두 번째 행운은 우승이 거의 확실시 되던 비요른이 16번홀(파3) 그린사이드 벙커에서 어이없이 3타 만에 빠져나오는 바람에 더블보기를 범하며 자멸한 것. 이 덕택에 커티스는 이번 대회 출전 선수 중 유일하게 언더파 스코어(1언더파 283타)를 기록하며 우승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가 퍼블릭 골프장을 경영해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골프와 인연을 맺은 커티스는 켄트주립대 재학 시절 오하이오주 아마추어선수권대회에 3차례 우승하면서 2000년에는 아마추어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프로 데뷔 이후 성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3부 투어 격인 후터스투어를 포함해 미니투어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커티스는 지난해 후터스투어 머틀비치대회에서 프로 첫 승을 올렸지만 2부 투어에서는 2001년 그레이터리치먼드오픈에서 공동 13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다.

지난해 퀼리파잉스쿨에서 공동 26위를 차지, 올 미국PGA 정규투어에 입문한 그는 전 경기 출전권이 없어 출전한 대회가 고작 13개. 그중 5차례나 컷오프 당했고 가장 좋은 성적은 웨스턴오픈의 공동 13위였다.

브리티시 최종성적
순위선수 스코어
벤 커티스-1283(72-72-70-69)
토마스 비요른0284(73-70-69-72)
비제이 싱0284(75-70-69-70)
데이비스 러브3세+1285(69-72-72-72)
타이거 우즈+1285(73-72-69-71)
○22최경주+7291(77-72-72-70)
○28허석호+8292(70-73-72-77)

그의 지난해까지 프로 통산 상금은 6020달러. 그런데 이번 대회 우승으로 한 번에 거둬들인 상금은 그 185배인 70만파운드(약 111만2720달러).

커티스는 또 브리티시오픈 우승자로서뿐만 아니라 ‘4대 메이저대회에 첫 출전해 우승한 두 번째 선수’로 세계 골프사에 이름을 남기게 됐다. 첫 번째는 1913년 US오픈에서 우승한 프란시스 퀴메(프랑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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