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종훈/한나라 새 대표의 '숙제'

입력 2003-06-24 18:23수정 2009-10-1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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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나라당 당권레이스가 24일 끝났다.

공식투표 결과는 26일 전당대회에서 나오겠지만, 대선 패배의 깊은 늪에 빠져 허우적대 온 한나라당이 기나긴 ‘산고(産苦)’를 거쳐 이제 새 출발을 목전에 두게 된 것이다.

‘산고’라 하기엔 아쉬운 대목도 없지 않다. 변화와 개혁이라는 시대적 화두에 부응하기 위해 당헌 당규를 대대적으로 손질해가며 정당사상 유례가 없는 ‘23만명 당원 직선’이라는 대표경선제까지 도입했지만 결국 새로운 실험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줄 세우기, 금품 살포, 당직 팔기, 음해 비방 같은 예전 선거의 구태들이 고스란히 재연됐고, 당내 갈등도 증폭돼 경선이 끝나도 후유증 수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물론 6명의 주자들이 ‘물밑거래’의 유혹을 뿌리치고 끝까지 레이스를 완주하며 당의 변화와 정치개혁을 한목소리로 역설한 것은 일단 성과라는 견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진짜 실험은 지금부터라는 지적이 많다. 새 지도부의 리더십을 시험하는 현안이 당 안팎에 산적해 있다. 당장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특검 수사 연장 거부에 따라 한나라당은 기존 특검법의 내용을 대폭 강화한 새 특검법을 25일 제출한다.

여야정간에 엄청난 격랑이 예상되는 ‘신(新)특검정국’은 새로 태어난 한나라당의 면모를 선보이는 첫 무대가 될 것이다. 현 정권의 실정과 국정운영 혼란에 대한 질타는 맵고 따가워야 하지만 과거처럼 정권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이나 챙기는 식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말이 많다.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경제사정과 노사분규도 그렇지만, 특히 올 가을쯤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은 북핵 위기에 대한 대처방식도 원내 제1당인 야당의 국정 책임의식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다.

내부 개혁도 시급하다. ‘20, 30대가 함께하는 젊은 정당’ ‘지역구도를 탈피한 전국 정당’ ‘중간세력과 서민을 위한 정당’ 등 대표 경선 유세 과정에서 쏟아졌던 수많은 내부 개혁 청사진들이 단순한 유세용 공약(空約)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패배한 후보의 공약이라도 취할 것은 취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경선 후유증 수습이 선결과제다. 당 중진 30여명이 후보들로부터 경선 결과에 대한 승복을 다짐받기 위해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한 재선의원은 “새 대표는 통합의 리더십을 갖고 정부 여당과 싸울 땐 싸우고, 협조해야 할 땐 과감히 협조하는 책임정당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 대표의 어깨는 무겁다.

이종훈 정치부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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