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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3월 25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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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대한변협이 대북 비밀송금 사건 특검 후보로 추천한 변호사 2명은 법조인으로서의 능력이나 신망과 관계없이 적격성에 흠결이 있다. 사건 당시 1명은 송금창구 역할을 한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사외이사였고 다른 1명은 현대증권의 사외이사였던 만큼 이들이 사심없이 수사를 해도 국민이 그 결과를 믿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중 1명은 더욱 중대한 결격 사유를 갖고 있다. 조사대상이 될 수도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처조카와 같은 법률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 사건은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부터 쟁점이 됐을 정도로 정치성이 강한데도 이 같은 인선을 한 것은 충분히 의심받을 만하다.
정부 대기업 은행에다 북한까지 얽힌 복잡한 사건이지만 과거 특검과는 달리 백지상태에서 수사를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을 의식해 너도나도 이 사건 특검을 고사하는 바람에 인선에 애를 먹은 변협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법조인명부만 봐도 확인할 수 있는 사외이사 경력을 간과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만약 알고도 무시했다면 현실감각에 이상이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변협은 여전히 “중요한 것은 자질과 인품”이라며 후보 추천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특검의 근본취지에 반하는 이번 인선은 변협의 공신력에 흠집을 낼 수 있으므로 재고했으면 한다. 아니면 추천받은 변호사 2명이 소송법상의 회피제도 정신에 따라 스스로 후보를 사퇴했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변협이 ‘면죄부 특검’을 방조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런 식이라면 특검이 과연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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