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돈선거'폐해 줄었다지만

  • 입력 2002년 12월 18일 18시 21분


이번 대선전에 대한 여러 평가 가운데 ‘돈 덜 드는 선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은 인정할 만하다. 미디어선거가 확산됨에 따라 동원된 청중으로 세력과시를 하는 조직선거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돈선거의 그림자가 만족할 만큼 사라졌는지는 의문이다. 어제 ‘대선유권자연대’가 밝힌 각 후보진영의 대선자금실사 결과만 봐도 그렇다. 공식선거운동기간 중 한나라당은 253억6700여만원, 민주당은 298억7500만원으로 모두 법정선거비용 안에서 썼다고 신고했지만 과연 그 정도 돈으로 이런 규모의 선거운동이 가능했다고 믿을 사람은 몇이나 될까.

실제로 대선연대는 이들 정당이 유세비용 선거사무원 활동비 등을 아예 책정하지 않거나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는 등 정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각 당이 내밀하게 사용한 조직비나 득표활동비는 물론 후보등록 이전의 정당활동비도 계상되지 않았다. 신고액과 실제 사용액 사이에 엄청난 괴리가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결국 법정선거비용을 준수하고 사용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한 후보들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이번 실사가 각 정당이 제출한 회계장부에 의존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도 문제지만 하자를 발견하더라도 강제성 있는 조치를 내릴 수 없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정치권이 말로만 선거개혁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관련법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법이 아닌 민간운동단체의 활동으로 선거비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단 말인가.

도를 넘는 엄청난 선거자금은 선거 후 정경유착을 부를 수밖에 없는 부정부패의 씨앗이다. 돈을 물 쓰듯 쓰고 나서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유야무야 돼버리는 우리정치의 잘못된 관행은 이번 선거를 끝으로 청산돼야 한다. 정치권은 대선이 끝나는 즉시 선거자금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정치개혁법 마련을 위해 나서야 한다. 선거혁명은 정치개혁의 가장 핵심적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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