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2002 프로야구 화제 10選

  • 입력 2002년 12월 18일 17시 52분


올스타전에서 시구하고 있는 신세대 스타 장나라. “이거 야구장이야, 축구장이야.” 전광판을 통해 생중계되는 태극전사의 월드컵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잠실야구장을 가득 메운 축구팬들. 잠실야구장 인터뷰실에서 자신이 먹었던 약을 공개하고 있는 진갑용.(사진 위로부터)동아일보 자료사진
올스타전에서 시구하고 있는 신세대 스타 장나라. “이거 야구장이야, 축구장이야.” 전광판을 통해 생중계되는 태극전사의 월드컵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잠실야구장을 가득 메운 축구팬들. 잠실야구장 인터뷰실에서 자신이 먹었던 약을 공개하고 있는 진갑용.(사진 위로부터)동아일보 자료사진
《어느 해보다 화제가 많았던 2002 프로야구. 대미를 장식한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 외에도 크고 작은 사건들이 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올시즌 프로야구의 10대 해프닝을 날짜별로 되돌아봤다.》

(1) 태양은 오직 하나뿐(1월23일)

역대신인계약금 최고액인 7억원에 기아 유니폼을 입은 김진우(19). 고교시절 ‘제2의 선동렬’로 불리웠던 그의 소원은 선동렬의 등번호 18번을 프로에서 다는 것이었다. 선동렬도 해태시절 영구결번된 18번을 김진우가 달수 있도록 흔쾌히 승낙했다. 하지만 기아 팬들이 “국보급 투수는 아무나 하냐”며 반대하고 나섰다. 놀란 기아는 1주일만에 김진우의 18번 등록을 ‘없던 일’로 하고 그에게 41번을 달아줬다.

(2) 156㎞라구?(5월11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기아전. 9회 등판한 SK 와이번스의 3년차 우완정통파 투수 엄정욱(21)이 무려 156㎞의 강속구를 던졌다. 이날 등판은 프로입단 3년만에 1군경기 첫 출전. 엄정욱의 스피드는 국내 프로야구 사상 가장 빠른 공. 아마야구에선 92년 박찬호(텍사스 레인저스)가 한양대 1학년 때 156㎞를 기록한 적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빠른 공을 던져도 스트라이크를 꽂아야 투수. 폭투와 볼넷을 남발한 엄정욱은 곧 2군으로 쫓겨갔다.

(3) 대∼한민국(5월31일∼6월30일)

정규시즌에서 파리만 날리던 잠실야구장이 월드컵 한국경기가 열릴 때면 3만500석의 좌석이 가득 찼다. 붉은 악마 응원단에 야구장을 무료개방 한 것. 이 아이디어는 대박을 터뜨렸다. 운동장 식당 매점은 경기 때마다 단단히 한몫을 봤고 잠실구장 밖에선 무료입장권이 암표로 팔리기도 했다.

(4) 워매, 맞을 뻔 했구먼유(7월17일)

SBS-TV ‘명랑소녀 성공기’에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최고스타로 떠오른 장나라. 그가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시구자로 등장했다. 타자는 이종범(기아). 장나라가 시구한 공은 스트라이크 코스로 들어왔다. 하지만 이게 웬일. 이종범이 이 공을 때려 장나라의 얼굴 옆을 스치는 무시무시한 타구를 날린 것. 나중에 이종범이 사과하긴 했지만 다음날부터 장나라 팬들은 이종범을 비난하는 글들로 인터넷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5) 후배 한번 살리려다가…(8월28일)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야구국가대표로 뽑힌 삼성 진갑용(28)은 도핑 1차 테스트에서 근육강화제인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됐다. 그러자 진갑용은 “고려대 후배인 김상훈(기아)을 병역면제혜택이 주어지는 국가대표에 포함시키려고 그랬다”고 말했다. 그러다 파문이 확대되자 “지난해부터 체력적인 부담을 느껴 프로틴(단백질), 근육강화제 등을 복용했다”고 실토, 태극마크를 박탈당했다. 그러나 대신 뽑힌 후배 김상훈은 아시아경기대회 우승으로 병역면제되고 진갑용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데다 포수 골든글러브까지 받았으니 ‘꿩 먹고, 알 먹은’ 셈 아닌가.

(6) 사랑의 매인가, 구타인가(9월25일)

기아 포수 김지영의 아내인 김지형씨가 기아타이거즈와 한국야구위원회(KBO) 등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호소문을 올리면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터졌다. 8월17일 김지영이 기아 김성한감독으로부터 야구방망이로 머리를 얻어 맞아 뇌진탕으로 병원에 입원중인 사실이 알려진 것. 김감독은 “교육적인 차원이었다”고 주장했지만 팬들은 ‘폭력감독’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구타와 사랑의 매, 그 경계선은 어디일까.

(7) 왜 날 때려?(8월24일)

삼성-한화전. 삼성 브리또가 한화 조규수의 공에 맞은 뒤 마운드 위로 달려갔다. 조규수가 고의가 아니었다는 표시로 손을 들고 내저었는데 브리또는 이를 “덤비라”는 사인으로 착각해 싸움을 하게 된 것. 이 바람에 양팀 선수들까지 운동장으로 나가 몸싸움을 벌여 마해영은 앞니가 부러지는 봉변을 당했다.

(8) 끼룩끼룩, 아∼부산 갈매기(10월15일)

운동장은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롯데-현대전이 열린 사직구장 입장관중은 겨우 147명. 86년 사직구장 개장이래 최소관중이었다. 올해 꼴찌를 전전하는 바람에 연일 최소관중 신기록을 세워나가던 롯데는 8월엔 입장객에게 아이스크림을 공짜로 나눠주는 행사를 갖기도 했으나 입장객이 1000명 남짓해 준비한 3000개의 아이스크림을 2∼3개씩 나눠주기도 했다.

(9) 야구는 9회말부터(11월10일)

한국시리즈 6차전. 박용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8회말 삼성공격이 끝나자 운동장을 나섰다. 9회초까지 스코어는 LG의 9-6 리드. 그러기에 LG가 이겼다고 보고 공항으로 출발한 것. 하지만 승용차 안에서 라디오를 켜놓은 게 다행. 삼성이 9회말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내자 박총재는 부랴부랴 차를 돌려 대구구장으로 돌아갔다. 만약 시상자인 박총재가 서울행 비행기를 탔다면 우승트로피는 누가 줬을까.

(10 당신 야구는 LG야구가 아냐(11월23일)

시즌내내 ‘불협화음’을 보인 LG 어윤태사장과 김성근감독. 결국 감독은 구단앞에서 ‘약자’였다. 어사장의 눈밖에 난 김감독은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올려놓고도 지난달 23일 해임됐다. 노감독은 회갑을 하루 앞둔 12일 제자들이 마련해준 회갑연에서 “인생을 헛살지 않았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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