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187…전안례(奠雁禮) 10

  • 입력 2002년 12월 3일 17시 45분


“손이 참 크네예.”

“인혜 손이 작은 거지.”

“아입니다, 당신 손이 큰 거지예. 보이소, 내 손이 둘이나 쏙 들어간다 아입니까.”

우철은 아내의 머리를 살며시 껴안고 혀로 가르마를 더듬었다. 인혜는 간지러워하며 몸을 뒤틀었지만, 가마께에 뜨거운 숨이 느껴지면서 남편의 어깨가 웃음을 막았다. 머리에 바른 동백기름 냄새가 땀냄새와 섞이고, 둘은 그 냄새를 깊이 들이마셨다.

인혜는 남편의 건장하고 탄력 있는 몸이 자기를 관통하고 싶어하는 것을 느끼고, 우철은 아내의 따스하고 부드러운 몸이 자기를 포근히 감싸안고 싶어하는 것을 느꼈다. 한여름 강가에서 서로를 원했을 때 같은 무모한 격렬함은 없었지만, 서로가 서로를 원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둘은 꼭 껴안은 채 조용히 부유했다.

“안고 싶다.”

“…안 됩니다.”

-울퉁불퉁 커다란 손이 손을 잡고 아래로 아래로, 입술로 파고 들어온 두툼한 혀가 이와 잇몸과 혀에 남아 있는 맛을 남김없이 핥아내고, 꼭 잡은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이불 속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아래로 더 아래로, 턱을 핥고, 머리를 누르고, 요람 안에 있는 것처럼, 요람을 흔드는 것처럼, 당신의 손으로, 내 손으로, 흔들고, 흔들리고, 흔들고, 흔들리고, 인혜, 아이고, 인혜, 저 높은 곳에서 당신의 목소리가, 인혜! 지붕보다 별보다 높은 곳에서, 인혜, 인혜, 인혜!

푸우…파아…푸우…파아…굵고 깊은 숨소리가 들린다. 욕망이 사라진 후에는 늘 노래가 끊긴 듯한 허전함을 느낀다. 이어지는 소절은 아무리 숨을 들이쉬어도 노래할 수 없고, 아무리 귀기울여도 들을 수 없다.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뚝 하고. 인혜는 남편의 손을 살며시 쥐어본다. 아까보다 따뜻하다. 손을 놓고 가슴을 누른다. 속이 메슥거린다. 올라올지도 모르겠다. 냄새나는 누런 위액으로 초례방을 더럽히고 싶지 않다. 자자. 잠들면 그냥 지나칠 수 있다. 이대로 어떻게든 잠들면…푸우…파아…푸우…파아…내 숨이 좀 빠르다…푸우…파아…푸우…파아…조금씩 맞아간다…푸우…파아…푸우…파아…푸우…파아….

글·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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