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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28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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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7일 9·11 테러의 진상을 조사할 10인 특별위원회 구성 법안에 서명하고 위원장에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임명했다. 공화당과 민주당 위원이 5명씩 참석하는 특위는 행정부 내의 누구도 소환, 조사할 수 있는 독립적인 권한을 행사하며 미국이 왜 9·11 테러를 막지 못했는지, 또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면 어떤 대비책을 세워야 하는지 등을 앞으로 1년 반에 걸쳐 조사하게 된다.
키신저 전 장관은 “9·11 비극의 정황과 사실관계를 조사할 초당파 위원회 장으로 임명된 것이 자랑스럽다”며 “우리는 사실이 이끄는 곳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9·11 테러 직후 뉴욕 방문객이 크게 줄자 로버트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과 함께 뉴욕 홍보광고에 출연한 바 있다.
그의 경력은 냉전에서 데탕트로 넘어가던 과정의 미 외교와 불가분의 교직(交織)을 이룬다. 그는 하버드대 교수로서 미 외교위원회(CFR)에 관여하던 50년대 말부터 저명한 외교 안보 전문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존 F 케네디, 린든 존슨 대통령 시절 국가안보회의와 국무부 고문 등을 거쳐 73년부터 77년까지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제럴드 포드 대통령 밑에서 국무장관을 지냈다. 73∼75년에는 국가안보보좌관을 겸임하기도 했다.
그는 베트남전 종전협정을 이끈 공로로 73년 베트남 협상 대표인 레둑토와 함께 노벨평화상을 탔다. 그는 또 미중 관계의 물꼬를 텄고, 중동 평화협상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그러나 야심적인 성격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 자주 마찰을 빚었고 캄보디아 폭격 등과 관련해선 ‘전범’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는 1923년 독일의 유대계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나치의 탄압을 피해 38년 가족들과 미국으로 이민했다. 하버드대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이 대학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땄으며 닉슨 행정부 때 국무장관으로 미중 관계 정상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키신저 약력△
●1923년 독일 퓌르트 생
●43년 미국 시민권 취득
●하버드대 박사학위(54년)
●하버드대 교수(54년~71년)
●대통령 안보보좌역(69년)
●미 국무장관(73년~77년)
●노벨평화상 수상(73년)
워싱턴〓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