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8월의 저편 99…초이레 (7)

  • 입력 2002년 8월 15일 17시 35분


그림 이즈쓰 히로유키
그림 이즈쓰 히로유키
“아주 건강한 도련님이로군요. 어머나, 눈을 떴네” 일본인 산파는 주름 투성이 얼굴에 더욱 깊은 주름을 지으며 미소지었다.

희향은 산파의 옆얼굴을 보았다. 눈꼬리와 입술 끝은 주름이 깊은데, 미간과 이마는 밀랍처럼 매끈매끈했다. 행복한 여자의 얼굴이다, 웃으면서 나이를 먹으면 주름이 이런 식으로 깊어진다.

“젖은 잘 나오나요?” 산파가 희향에게 물었다.

“….” 희향이 고개를 갸웃했다.

“….” 복이와 부선은 얼굴을 마주보고, 옆방에서 나는 소리를 엿듣듯 귀를 쫑긋했다.

“젖, 나와요?” 산파는 늘어진 젖가슴을 두 손으로 밀어 올리고, 입술로 젖 빠는 소리를 냈다.

희향이 고개를 저었다.

“가슴을 열고, 잠깐 누워 봐요” 산파는 몸짓으로 말을 전했다.

희향은 입을 벌리고 잠시 주저하다가, 저고리 고름을 풀고 적삼을 열고 속치마 끈을 풀고 이부자리 위에 누웠다. 복이와 부선이 들이쉰 숨을 조금씩 토해내면서 얼룩과 주름 투성이 손이 젖을 주무르고 젖꼭지를 누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자, 일어나서 아기에게 젖을 물려 봐요”

희향은 왼쪽 젖꼭지를 우근의 입술에 밀어었다. 쪽쪽 쪽쪽, 소리를면서 젖을 빠는 새빨간 입술과 가슴 사이로 하얀 액체가 흘러 넘쳤다.

“그럼 이번에는 오른쪽”

희향은 왼쪽 젖꼭지에서 아기를 떼어내려고 하는데, 우근은 힘껏 빨면서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우근아 이번에는 이쪽이다 자 엄마 말 들어야지 나중에 트림 나올 때까지 실컷 먹게 해줄게, 아이구 좀 떨어져라”

간신히 떼어놓는 순간, 젖이 뿜어나와 산파의 얼굴에 튀었다.

“아이구!” 부선이 소리를 질렀다.

“아이구, 미안합니다” 당황한 복이가 하얀 무명 천으로 산파의 얼굴을 닦았다.

산파의 입술 끝이 올라가고, 복이의 눈에 웃음이 번지고, 두 여자는 얼굴을 마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부선이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고, 희향도 이마를 누르며 웃었다. 네 명의 여자는 몸을 뒤흔들고, 배를 잡고, 치마 속에서 발을 걷어차며 웃었다. 놀란 우근이 자지러지는 소리를 내며 울 때까지 웃음은 계속되었다.

“아아, 잘 됐네요, 젖이 잘 나와서” 산파는 소맷자락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이 비져 나온 눈가를 눌렀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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