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박스, 처음엔 '구단주 특석'

  • 입력 2002년 6월 20일 16시 20분


경기장의 스카이박스는 국내에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처음 소개됐지만 구미 주요 경기장은 오래 전부터 스카이박스를 두고주요수입원으로활용해 왔다. 접대를 위한 기업의 수요도 만만치 않아 스포츠와 비즈니스의 절묘한 결합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 볼티모어 선지(紙)의 스포츠 비즈니스 전문기자인 존 모건 기자의 기고를 통해 미국 스카이박스를 알아본다. <편집자>

스카이박스만큼 미국 프로스포츠업계에서 깊은 영향을 미친 사안은 많지 않다. 스카이박스는 30여년 전 구단주를 위한 사적인 공간으로 기존 경기장 관람석 상단에 만들어졌다. 스카이박스란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했다.

최근에는 스카이박스란 명칭보다는 ‘럭셔리 슈트(Luxury Suite)’나 ‘특별 관람석(Loge)’이란 용어를 더 많이 쓰고 있다. 대형 호텔룸처럼 생겼고 안에는 화장실과 바, 케이블TV 등이 설치되어 있다. 케이블TV로 경기를 관람할 수도 있고 다른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웨이터가 고급음식을 서빙한다. 고객들은 구장을 출입할 때도 별도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한다.

92년 개장해 90년대 야구장 현대화를 불러온 볼티모어 오리올스구단의 홈구장인 캠던 야즈(Camden Yards) 스타디움에는 72곳의 스카이박스가 있다. 주 고객은 아무래도 재력이 있는 기업들이며 이들은 일년 단위로 스카이박스 이용 계약을 구단측과 한다.

전망이 좋은 스카이박스는 1년 이용료가 30만달러(약3억6000만원)에 이른다. 기업들은 주로 주요 고객들을 접대하거나 신규고객이 될만한 VIP들을 초청하기도 한다.

또 뛰어난 사원들을 초청해 포상용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용객들은 새우나 훈제연어를 씹으면서 경기를 관람하다가 휴대전화를 걸기도 하는 등 자신만의 공간으로 이곳을 활용한다. 또 아래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경기와 상관없이 사업파트너를 초청해 중요한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냉방장치가 된 스카이박스 내에서 관람하기도 하고 바로 앞에 설치된 야외관람석에서 햇빛을 즐기며 관람할 수도 있다. 고액 연봉을 받는 운동선수들은 스카이박스 이용권을 구입해 친지를 초청하기도 한다.

각종 경기장은 더 이상 중하계층의 여가공간이 아니라 돈 많은 계층을 끌어들이는 데 혈안이 되고 있다. 구단주들이 특별관람석을 외면하기 어려운 것은 스카이박스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일반관람석 전체 수입과 비슷하거나 훨씬 많기 때문이다. 스카이박스를 갖춘 경기장은 팀의 가치를 두배 이상 부풀릴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스카이박스가 없는 오리올스의 구장이 88년 7000만달러에 팔렸지만 스카이박스가 있던 캠던 야즈구장은 2배가 훨씬 넘는 1억7300만달러에 팔렸다.

jon.morgan@balt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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